슬픈 사연의 곡성군청 공무원은 덕진면 출신
3일 눈물의 발인...주민·동료들 추모 이어져
빈소 찾은 투신자 유가족…“죄송하다” 사과

<사진설명>덕진면 출신으로 곡성군청에서 근무했던 양대진 주무관의 발인식이 열린 지난 3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미망인이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야근을 마치고 마중 나온 만삭의 아내, 여섯 살 아들과 함께 귀가하던 중 아파트 20층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부딪쳐 숨진 곡성군청 공무원 양대진 주무관(39 ·7급 공무원)은 덕진면 노송리 노노동 마을에서 태어난 영암출신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금도 노노동 마을에는 어머니와 형이 살고 있다.

고향에서 영보초등학교와 영암중학교를 거쳐 고려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양 주무관은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늦깎이로 공무원이 됐다. 2008년 여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2011년부터 아내의 고향인 곡성군청으로 옮겼다. 20147월부터 지금의 홍보팀에서 일했다.

동료 공무원들에 따르면 양 주무관은 전남의 오지(奧地)로 꼽히는 곡성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엔 그 공로로 전남지사 표창도 받았다고 한다. 양 주무관의 가족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년에 입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주무관의 영결식은 지난 3일 광주 북구 그린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오전 거행된 발인식에서 유족의 눈물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족과 친지들은 가지 마. 돌아와라며 오열했다.

유근기 곡성군수 등 곡성군 관계자들도 양 주무관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빈소를 찾은 유근기 곡성군수는 고인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재였다최근 장미축제를 치르면서 매일 야근을 했다고 애도했다. 양 주무관의 동료인 600여명 곡성군 공직자도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 양 주무관의 길을 배웅했다. 양 주무관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을 통해 접한 시민들이 유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곡성군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양 주무관의 유해는 화장돼 광주시립 영락공원에 묻혔다. 장례식이 끝난 뒤 유족은 양 주무관을 숨지게 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유모(대학생·사망)씨 가족을 만났다. 유씨의 아버지와 형은 1일에도 양 주무관 빈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두 번째 양 주무관 유족을 만난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양 주무관 유족은 1일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유씨 아버지와 형이 거듭 진심어린 사과를 하자 생각해 보면 모두가 피해자인데 서로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용서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양 주무관 장례기간 동안 곡성군청 공무원들은 물론 적지 않은 광주와 곡성 주민들이 양 주무관을 애도하며 곡성군청,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부의금과 성금을 전달했다.

곡성군은 양 주무관이 야근을 마친 뒤 군청사를 빠져나와 곧장 집으로 향하던 중 사고가 난 점에서 공무상 사망(순직)을 신청키로 했다. 양 주무관은 공직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지 않아 공무원연금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양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948분쯤 자신이 사는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동 모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뛰어내린 대학생 유모(25)씨와 1층 입구에서 부딪혀 숨졌다.

당시 옆에는 버스정류장까지 남편을 마중나와 함께 집에 들어가던 임신 8개월의 부인과 6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곡성군청 기획실 홍보팀에 근무하던 양 주무관은 영화 '곡성' 개봉에 맞춰 다양한 아이디어와 감각적인 업무로 곡성군 알리기에 앞장서왔다.

양 주무관은 영화 곡성을 이용해 전남 곡성을 알리자는 역발상을 제안하며 곡성 군수와 함께 곡성 알리기에 그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유능한 인물로 알려졌다.

문배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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