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정마을 5

월당 임구령과 구암 임호, 구림사회에 많은 영향 끼쳐

 

임구령(1501~1562)36세이던 중종 31(1536) 구림에 요월당(邀月堂)을 건립하였고, 40세이던 1540년에 동호리와 양장을 잇는 진남제를 축조하였다. 명종 13년인 155858세 때 현재 군서면 모정리에 연못을 파고 쌍취정을 지어 중형인 석천 임억령과 함께 형제동락의 뜻을 기렸다. 월당 임구령은 1536년 요월당을 짓고 구림에 살면서 1562년 별세할 때까지 구림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아들인 구암 임호(1522~1592)는 대동계 창계와 회사정 건립 등 현재의 구림사회의 모태가 될 만한 결정적인 역할을 남겼다.

 

달도 머물다 간 요월당

선산임씨 문헌록에 의하면 요월당은 현재 구림리 국사암 앞에 있었으며 석천 임억령의 시를 난간에 현판하고 송천 양응정, 재봉 고경명, 지천 황정욱, 옥봉 백광훈, 오음 윤두수, 월정 윤근수, 백호 임제 등 여러 명사들이 출입하여 시를 돌려가 읊었다 한다. 임진왜란 때 왜구가 정자의 동남쪽에 불을 지르다가 그 크고 아름다움에 놀라 곧 끄고 임억령과 황응정 두 선생의 시에 매료되어 그 현판을 떼어갔다고 한다. 다음은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석천 임억령과 황정욱의 요월당을 읊은 시()이다.

 

요월당(邀月堂)

석천 임억령

 

산봉우리 기묘하니 깎아 본들 무엇하리

찾아오는 밝은 달은 마중하기 편하구나

계수나무 그림자는 계단 아래 비껴있고

물결치는 황금빛은 술잔 위에 요동친다

외로운 배게 위에 나그네 잠 못 이루고

조그마한 평상 밑에 벌레 소리 처량하네

가을 그늘 무정하게 달빛을 세우는지

새벽녘에 이슬비가 쓸쓸하게 내렸다네

 

차요월당운(次邀月堂韻) - 요월당 시를 차운함

 

지천 황정욱

 

밝은 달이 언약한 듯 두리둥실 찾아오네

생각나면 쳐다보고 흐뭇하면 술잔 드네

푸른 하늘 끝 없는데 뉘가 혼자 노래하나

우두커니 서는 백발 마음만은 젊었구나

 

요월당 터 국사암에는 구암거사 임호의 흔적만 남아

서울에서 살고 있는 월당공 16세손 임선수씨(종손 임선우씨의 아우)가 구암공 임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보내왔다. 그 가운데 국사암에 음각된 글씨를 찍은 사진도 보내왔다. <구암거사 임호지세거지>라고 한문으로 써있다고 한다. 사진에 龜岩居士0...’라고 쓰인 글씨가 보인다. 확인 차 요월당이 있었다는 구림마을 서호정 국사암 터를 찾아가 보았다. 도선국사의 탄생설화가 있는 국사암은 덩굴 식물들과 잡초들로 뒤덮여 있어서 도저히 음각된 글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름에는 풀이 무성하여 안 보이고 겨울이 되어야 겨우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국사암 주변도 관리가 엉망이다. 구림마을의 지명유래가 시작되는 중요한 문화유적지인 국사암에 대한 대접이 이러하니 외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 우리 영암의 문화 마인드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갈지 그 답이 빤히 보인다.

옛날 요월당이 있었던 자리에 낭주최씨 문각인 덕성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곁에는 고려 왕건의 책사였던 별박사 최지몽을 기리는 비석이 크게 서 있다. 국사암 주변을 돌아보면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림마을에 수많은 전설과 문화유적지가 널려 있는데 이것을 실에 꿰어 작품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구림마을의 관광 활성화를 원한다면 전기 지중화사업이나 구림천 정비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구림이라고 하는 지명유래를 가져다 준 도선국사에 대한 재조명과 도선국사와 관련한 문화유적지를 재정비하고 도선체험 탐방로를 개설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이제 요월당 터를 떠나 회사정으로 향한다. 떠나기 전 오음 윤두수가 요월당에 와서 읊은 시를 한 수 읽으니 그 당시 요월당의 풍광과 운치가 어떠했는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요월당의 시에 차운하다. 영암의 임씨 정자이다.

 

오음 윤두수

 

가을바람은 오늘 저녁 무렵 일어나고

밝은 달은 요월당에서 맞이하네

바닷가의 사람은 옥과 같고

동이 속은 손으로 떠 마실 만하네

밤이 늦었어도 잠들지 못해

시를 지으니 절로 노래가 되네

맑은 경치 머물러두기 어려움을 아느니

이슬이 산쑥에 떨어지든 말든

 

/사진 김창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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