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적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늑하고 정겨운 마을들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농촌마을
서호강줄기 샛길따라 은적산 선사시대 마을 찾아나서
아직도 아름다운 풍광과 신비로운 전설을 오롯히 &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여에 걸쳐 본지에 소개된 '영산로따라 배롱나무 백리길'이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영산로를 따라서 한적한 마을을 찾아 떠났던 때가 무릇 5~6년의 세월이 흘렀다. 영산로는 월산마을에서 시작하여 양지촌, 지남, 동호리, 모정리, 양장리, 서호강, 무송동, 황촌고개, 금강리, 태백리, 미교리, 매월리, 석포리, 은곡리, 신덕리, 광산마을, 독천까지 이어지는 환상적인 오프로드이다. 현재 월산에서부터 은곡리까지 길 양쪽으로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다. 영암서부 쪽에 사는 주민들이 아니면 아직도 잘 모르는 지역이다.

이 영산로는 너른 들녘과 서호강, 영산강, 그리고 은적산을 주 배경으로 삼는다. 주변 마을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있는 풍광과 문화유적, 그리고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소나무 동산과 넓은 평야, 모정마을에서 신기동 마을까지 뻗어있는 구릉지대에서 한 눈에 바라보이는 월출산과 은적산,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농촌마을과 풍광 좋은 정자, 서호강과 여러 갈래의 샛강, 갈대와 철새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아득한 학파들녘, 황촌 고개에서 내려다 보이는 스팩타클한 대평원과 영암천, 은적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늑하고 정겨운 마을들, 그리고 영산강 강변도로와 무인도 등은 영산로가 아니면 영암에서 맛볼 수 없는 신비스런 풍경들이다.

그 동안 세월이 제법 흘러 이 영산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당시에 공사 중이던 신금대교와 무영대교가 완공되어 개통되었고, 세 개의 마을(모정마을, 영흥마을, 월산마을)이 한옥 행복마을로 지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산로 배롱나무 백리 길은 문명의 그림자를 비켜선 양 여전히 시골스럽고 고요하다.

 

선사주거로와 서호로를 벗삼아

6년 전, 성양리에서 시작된 영산로 순례는 은적산 후면을 따라 영산강과 함께 흐르다 종점인 독천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2년 동안 연재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일부 향우들께서는 필자에게 편지를 보내 자료를 보충하도록 도와주기도 했으며,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기도 했다. 연재를 마쳤을 때는 섭섭해 하신 분들도 꽤 있었다. 모두가 부족한 능력에 비해 분에 넘치는 사랑이었고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이제 다시 마을순례의 길을 나서고자 한다. 이번에 걸을 길은 영산로의 끝 지점에서 이어지는 선사주거로와 서호로이다. 영산로가 은적산 뒤에 있는 반면 이 두 길은 은적산 앞에 펼쳐져 있다. 선사주거로는 독천 삼거리 노정로에서 시작하여 영모정, 신흥리, 괴음마을을 지나 장천리 선사주거지까지 이르는 길로, 영암지역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 길은 말 그대로 선사시대로 통하는 길이다. 장천리와 엄길리 주변에 많은 기수의 고인돌이 남아 있고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가 보존되어 있다.

엄길리에는 천년수라고 불릴만큼 오래된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장동사, 수래정 등 문화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뒷산 철암바위 아래에는 매향비문이 무슨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엄길리에서 서호동과 학파동을 거쳐 무송동 마을까지 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을 '학파로' 라고 한다. 이 학파로는 무송동 마을에서 영산로와 만난다.

 

골골마다 샛길의 전설을 담아내고자

한편 장천마을에서 영풍리, 신풍리, 소산리, 소흘리, 송산리, 남하동을 거쳐 성재리에 이르는 길을 서호로라고 한다. 이 서호로는 은적산 기슭을 따라 굽이치며 크고 작은 마을들을 품었다 놓았다 하면서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여기 저기로 이어준다. 상은적산과 하은적산이 남과 북을 연결하면서 기슭에 둥지를 튼 마을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데 골골마다 산봉우리를 넘어 매월리 미교리 태백리로 넘어가는 샛길이 있고 전설이 있다.

이번에 답사할 은적산 앞길을 다시 살펴보자면 크게 선사주거로와 서호로이다. 선사주거로는 장천마을과 엄길마을에서 서호로와 학파로 두 갈래로 나뉘었다가 성재리 무송동 마을에서 다시 영산로와 합류하면서 하나가 된다. 여기에 접한 마을들을 모두 만나면 영산로와 합하여 은적산을 한 바퀴 도는 셈이 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은적산 종주기도 포함할 생각이다.

이 마을들을 모두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시간이 얼마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찾아가는 마을마다 낯선 나그네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다정하게 말 걸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을 주민들의 도움과 격려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리라 기대하면서 신발 끈을 다시 질끈 동여맨다.

/김창오 시민기자

 

김창오는?

군서면 모정리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늦봄학교 교사를 지내고 시와 수필마당 문학동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정행복마을추진위원장과 영암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고향에서 한옥스테이 월인당과 한옥카페 이팝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