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신북면 옥봉마을 이막례씨
전쟁중 실종돼, 40여년동안 제사지내

지난 20일부터 일주일동안 2차에 걸쳐 200여명의 이산가족들이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6.25 전쟁이후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을 상봉한 200여명중에 신북면 옥봉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이막례(78)씨도 상봉대상자로 선택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금강산호텔에서 북한의 강원도 법동군에 거주하고 있는 오빠 리병학(83)씨를 만나 60여년만에 다시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씨가 상봉대상자로 선정돼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이 씨는 조카로부터 그동안 전쟁에서 죽은 줄 알았던 막내오빠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연락을 받고 상봉날짜를 기다리며 북한의 오빠에게 전해줄 양말, 속옷, 내복 등 생필품 30여가지를 구입해 포장하고 부모님과 형제, 자녀 등 가족사진을 챙기며 뒷면에 이름까지 적어 준비했다.

연락을 받고 한달 뒤 북한의 오빠를 만나기 위해 지난 19일 아침 일찍 이 씨는 아들인 김한용씨와 함께 속초로 향했다. 속초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인 20일 오전 다른 이산가족들과 함께 북한의 외금강호텔로 향했다. 도착 후 상봉장소로 지정된 금강산 호텔에서 그동안 죽은 줄 알았던 오빠 리병학씨를 60여년만에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동석했던 장남 김 씨는 처음 보는 외삼촌이지만 어머니와 쏙 빼닮은 외모에 친근감과 함께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고 어머니 이씨와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20일날 오전에는 숙소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상봉이 이뤄졌고 오후에는 다른 이산가족과 함께 단체상봉 시간으로 진행됐다.

60여년만에 막내오빠를 만난 이 씨는 부모님을 비롯한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고향인 시종면에 살던 시절의 추억과 함께 근황을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다. 중학생 시절에 헤어져 이제는 주름진 80대 노인돼 만난 오빠의 모습에 이 씨는 힘들게 살아왔을 오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헤어진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막내오빠인 리병학씨의 자녀들까지도 가족들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평소에 고향과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21일에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져 4시간 가량 상봉의 시간을 가졌고 22일 오전 마지막 상봉시간을 갖고 기약없는 약속과 함께 헤어져야만 했다.

헤어지기 전 이 씨는 막내오빠에게 생필품 30여가지를 선물과 1200달러를 전달했고 북한정부측에서 제공한 술과 과자, 기념품 등 6가지를 선물로 받고 속초를 거쳐 영암으로 돌아왔다. 이 씨는 막내오빠가 선물을 바라보며 북한에서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에 마음을 아파하며 하루 빨리 통일이 돼 함께 고향에서 정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시종면이 고향인 이 씨는 3남3녀의 막내로 태어났으며 헤어진 오빠는 셋째 오빠였다. 이 씨가 막내오빠와 헤어진 것은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경이었다. 시종면에서 반남으로 중학교를 다녔던 막내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쟁에 끌려간 것으로 짐작한 가족들은 전쟁이 끝난 후 수소문 해봤지만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찾기를 포기한 가족들은 전쟁통에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고 시종면 선산의 부모님의 묘 없에 가묘도 만들었다. 또 30여년 전에는 영혼제를 올리기도 했다.

이 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막내오빠를 살아생전에 다시 만나게 돼 아직도 꿈인것 같다”며 “하루빨리 통일돼 오빠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