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햅쌀로 사랑나눔 실천
마을에 논 1천750평 기증 '훈훈'

클릭이사람 - 학산면 덕수마을 백흥운씨

최근 지역에서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장학금을 기탁했던 서호면 윤옥현씨에 이어 학산면 덕수마을 백흥운(88)씨가 15년째 이웃들에게 자신이 농사지은 쌀을 나눠주는 사랑을 베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21일 학산면 덕수마을 백흥운씨의 슈퍼 앞에 학산면사무소 공직자들과 덕수마을 영농조합법인 최영만 대표를 비롯한 마을주민 등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사랑의 햅쌀 나눔행사를 위해서였다. 이날 행사에서 10㎏들이 260포 시가로 650만원 상당의 쌀이 기탁됐다. 이날 쌀은 마을주민 백흥운씨가 180포, 덕수마을 영농조합법인에서 80포를 각각 기증했다. 이날 모아진 햅쌀은 추석을 앞두고 덕수마을 주민들과 독천, 신동마을의 독거가정과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과 학산면 묵동리에서부터 매월리까지 노인회와 마을이장 등에게 모두 골고루 전달됐다.

백 씨는 학산면과 시종면, 도포면 등지에서 논 50마지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는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여기서 수확한 쌀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백 씨가 주변 이웃들에게 햅쌀을 나눠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였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항상 남에게 베풀고 살아라’라는 말을 실천할 방법을 찾다가 자신이 농사지은 쌀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2000년부터 시작해 2~3년동안에는 20㎏ 쌀을 40~50포를 덕수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백 씨는 고령의 나이 탓에 쌀을 나눠주는 데 어려움을 느끼던 때에 마을주민 최영만씨가 도움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오늘 날까지 사랑의 쌀 나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 씨가 자신의 일처럼 발젓고 나서주면서 백 씨는 마을앞으로 자신의 땅 일부를 기부했다. 기부받은 땅 1천750평 가량을 최영만씨가 대표로 있는 덕수마을 영농조합법인에서 농사를 담당하고 수확한 쌀을 학산면에 기탁해오고 있다.

이렇게 사랑의 쌀 나눔행사를 15년동안 이어온 백 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털어 추가로 땅을 매입해 마을 영농조합법인에 기탁할 뜻을 세우고 있다. 현재 8천만원가량의 자금을 모아둔 상태로 매일할 땅만 있으면 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진읍이 고향인 백씨는 가정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4남4녀의 장남으로써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영암과 강진을 오가며 상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발발했던 24세 되던 해에 현재 학산면 덕수마을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됐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독천은 상가도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가난한 마을이었다. 이에 백 씨는 부산, 제주도 등을 통해 이동이 잦았던 강진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독천에서 내다팔며 장사를 시작해 돈을 벌었다. 이후 학산커뮤니티센터 맞은편에 있는 현재 자리에 슈퍼를 차리게 돼 현재까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백 씨는 "어렸을 때는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고민일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다"며 "나 자신이 어렵게 생활했기 때문에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나눠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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