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 서호면 학파동마을 윤옥현씨
500㎏ 암소 판매 대금 융성장학회에 기탁

현재 지역에는 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군민장학회를 비롯해 여러개의 장학회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 최근 서호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융성장학회 전종배 이사장에게 뜻깊은 장학금이 전달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서호면 학파동마을의 윤옥현(80·사진)씨이다.

추석이었던 지난달 27일 서호교회에서 융성장학회 전 이사장을 만난 윤 씨는 장학금을 기탁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윤 씨의 말을 듣고 전 이사장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탓에 잠시 놀랐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써달라는 숭고한 뜻을 듣고 감사의 말을 건넸다. 윤 씨는 당초 300만원을 기탁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너무 작은 금액이라는 생각에 5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5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윤 씨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윤 씨는 평범한 80세의 노인과 다를바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5천여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왔지만 허리가 굽어져 통증이 오는 바람에 거동하기도 쉽지 않아 현재는 자녀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정도만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때문에 평소 생활은 국민연금과 노인수당 등 60여만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윤 씨가 넉넉하지 않은 형편속에서도 5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데는 자신이 어려서 등록금이 없어서 중학교 입학을 하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당시에는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가능했다. 강진군 군동면이 고향인 윤 씨는 당시 230점 만점에서 220점이 넘는 고득점으로 당시 개교해 신입생을 모집했던 강진중학교에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집안형편상 입학금을 납부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 결혼을 하면서 고향인 강진을 떠나 현재 서호면 학파동마을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됐다. 처음 서호면에 자리를 잡을 당시만 하더라도 집에서 물려받은 논 10마지기와 방1칸의 집1채 뿐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농사를 지어 돈을 모아 땅을 점점 넓혀갔고 집안에서 닭과 흑돼지, 소를 키웠다.

닭이 낳은 달걀과 흑돼지를 독천장에서 팔아 살림을 점차 늘려나갔다. 순조롭게 살림을 불려나갔지만 1986년 부인이 유방암을 앓게 되면서 모아둔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속에서도 윤 씨는 2남2녀의 자녀를 모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보냈다. 장남은 현재 서영암농협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으며 둘째 아들도 광주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윤 씨는 지난 7월 정성껏 키웠던 암소 1마리를 팔았다. 평소 알고지내던 지인의 도움으로 암소 1마리를 팔아 5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손에 넣었다. 바로 이 금액을 융성장학회 장학금으로 기탁하게 된 것이다. 윤 씨의 장학금 기탁으로 잔잔한 감동을 받은 융성장학회 전 이사장은 서호면을 담당하고 있는 군서파출소장과 서호면장에서 알렸다. 이후 군서파출소장은 윤 씨를 직접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윤 씨는 “큰 금액도 아닌데 과분한 관심과 칭찬을 받게 돼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작은 금액이지만 지역에서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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