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 학산면 용산마을 고 이점순씨
교통사고로 바다로 추락...지난 7월 작고
매년 짜투리 천 활용 의복제작 수백벌 기부

고 이점순씨가 평소에 친아들처럼 대해줬던 가수 김동욱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지난 7월 25일 오전 11시20분께 목포시 항동 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학산면 용산마을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울음바다로 만든 사고의 주인공은 고 이점순(84·사진)씨이다.

이 씨의 사연을 이랬다. 서울에서 발레를 하고 있는 딸의 공연을 보고 고향으로 내려온 다음날은 지난 7월 24일에도 평소 자주 다니던 신의도에 소금을 구입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날 따라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마을주민들과 가족들이 만류했지만 평소에도 자주 다녔던 곳이라 별다른 생각없이 길을 나섰다.

차를 타고 신의도행 배에 올라 소금과 고사리, 미역, 항초소금 등을 한 가득 구입해 차에 싣고 영암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씨의 차에는 소금만 15포대가 들어있을 정도로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 짐이 실려있었다. 짐 때문에 차량이 오른막인 경사로를 오르지 못하자 가속페달을 무리하게 밟는 바람에 앞차를 들이박고 바다에 추락했다.

급히 구조에 나서 한국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이 씨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평범한 교통사고이지만 이 씨의 사고소식에 학산면 용산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영암읍에 있는 몇몇 지인들도 이 씨의 사고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이 씨의 사고소식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흘리게 만든 데는 이 씨가 그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었던 선행에 있다. 이 씨는 젊은 시절부터 광주에서 한복집을 운영해왔다. 한복집을 운영하면서 1남4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속에서도 이 씨는 한복집을 운영하면서 남은 짜투리 천을 버리지 않고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했다.

바로 짜투리천으로 노인들을 위한 바지와 속옷을 직접 제작해 나눠준 것이다. 매년 2~3차례에 걸쳐 자신의 남편의 고향인 학산면 용산마을에도 바지와 속옷 등 수백개를 기증했으며 영암군에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며 수백벌의 바지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목포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을 통해서도 바지와 속옷을 기증했으며 진도군에도 기부하기도 했다. 이 씨의 기부는 최근까지도 계속돼 교통사고 직전까지도 남성용 속옷을 제작하고 있었다.

수차례에 걸친 기부행위를 해왔던 이 씨지만 광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남편이 화순으로 출장을 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 씨의 선행은 계속 됐다. 남편이 6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광주에서 남편까지 떠나보내고 한복집을 운영해왔지만 10여년전부터는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모두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학산면 용산마을로 내려왔다. 목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이 종종 들러 이 씨의 안부를 살피기도 했다.

또 지난해 1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라는 프로에 출연해 마을주민들로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가수로 활동중인 JK김동욱씨 편에 이 씨가 할머니 열성팬으로 등장했다. 가수 김씨와 이 씨와의 인연을 발레를 전공한 딸덕분에 이어지게 됐다. 발레를 전공한 딸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김 씨를 어머니에게 소개해주면서 팬으로써 인연을 맺게 됐고 이후 먹고 싶은 음식을 정성껏 마련해 전달하며 자신의 자녀들처럼 사랑을 베풀었다.

이 씨의 이 같은 정성에 김 씨도 감동해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어왔고 이 씨의 장례식장에도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고 성묘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그녀의 선행이 세상을 떠난 후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용산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영암군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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