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 아시아종묘 김도훈 연구원
파속, 당근 등 종자 연구개발 매진
열악한 연구환경, 국가적인 지원필요

종자산업은 농업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종자시장 상황은 비관적이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상당히 많은 종자회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외국회사에 인수됐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들이 사용하는 종자들 중 상당수도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종자개발을 위해 초야에 묻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신북면 아천리에서 양파와 당근종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아시아종묘 김도훈(44·사진) 연구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연구원이 속해있는 아시아종묘는 신북출신 류경오 대표가 창업주로 지난 1992년 1월에 설립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내 토종 종자회사다. 고향사랑 정신이 남다른 류 대표는 금정면과 신북면에 폐교를 활용해 종자품질관리소와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 신북면 아천리 865-54번지 일원에 연구소를 개설해 종자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최대 종자회사답게 아시아종묘 류 대표는 종자개발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회사전체 연구원만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연구원중에서 김 연구원은 아시아종묘 해남연구소소속으로 금정면과 신북면을 오가며 양파와 당근을 전담해 종자연구를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이 연구하고 있는 작물은 파, 양파, 부추 달래 등 파속과 당근종류이다. 고추같은 작물은 국가별로 선호하는 품종이 달라 외국에 진출하기가 사실상 어렵지만 양파와 당근과 같은 채소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요리에 사용되기 때문에 외국진출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토종 종자개발에 꿈을 갖고 있는 류 대표가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 곳 신북면 아천리 일원에 연구소를 마련해 파속과 당근 품종개발을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이 머물고 있는 연구소는 간이 컨테이너 2동을 제외하면 주변은 모두 밭뿐이다. 연구소 주변에 마련된 4천여평의 밭에서 작물을 심어 종자를 교배해 우량종자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파의 경우 육종기간이 2년으로 길어 연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파의 경우에는 9월초 파종을 하고 10월말에서 11월초에는 밭에 정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이듬해 5월~6월에 양파를 수확하고 수확한 양파를 9월~10월에 심어 7~8개월후인 5월~6월경 꽃이 피면 수분매개충으로 활용하고 있는 연두금파리를 활용해 교배를 한다. 교배를 통해 8월초가 되면 종자를 얻게 되는 데 2년에 1번씩 1세대가 돌아오는 셈이다. 한번 종자를 교배해 연구성과를 얻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종자회사에서 막대한 연구비용 때문에 연구를 꺼리는 작물이기도 한다. 육종기간이 긴 양파와는 달리 당근은 1년이면 파종부터 종자까지 얻을 수 있어 양파보다는 연구가 용이한 편이다.

이 때문에 김 연구원도 양파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기간으로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연구기간도 길어 회사에서도 투자를 꺼려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에 김 연구원은 더더욱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김 연구원이지만 양파에 관한 자료도 거의 없고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시중에서 사용중인 종자중 절반이상이 일본종자로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열심히 종자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종자산업 분야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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