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금정면 출생/미래경영교육연구소 대표/전 동강대학교 총장/전 한국전문대학 산학협력단장 협의회장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욕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개인적이거나 어떤 조직에서 미래를 위한 목표를 세울 때는 일의 성취를 위한 옥심을 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의의 경쟁심을 유발시키고자 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상당한 욕심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욕심 즉 과욕 또는 남을 해(害)하면서까지 자신을 위한 욕심을 채우고자 할 때 화를 부르게 된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던 우리 고향의 ‘천석굴’에 대한 설화가 생각난다. 옛날 한 동네에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뒷산에 있는 동굴 앞을 지나는데 쌀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그 쌀로 밥을 해서 어머니와 함께 먹었다. 다음 날도 그 곳에는 또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쌓여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신기하고 고맙기도 했지만 아들은 욕심이 생겼다. 더 많은 쌀을 얻을 수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밤에 그 동굴에 가서 정녕 동굴 속에 많은 쌀이 쌓여 있는데 무언가에 막혀 조금 씩만 쏟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큰 막대기로 동굴 속을 후벼대기 시작하자 처음엔 몇 톨의 쌀이 더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하얀 쌀 뜨물만 나오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지극히 우화적이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의미가 있지 않은가? 그 중에는 착한 아들이 물욕에 어두워져 일을 그르치고 마는 과정을 교훈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 귀감이 되고 있는 ‘경주 최부자 집 부의 300년 비밀’은 지금도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옴을 보면서 간단하게 다시금 되새겨 봄직하여 주내용 만을 간추려 본다. 그 집안에서 300년을 넘게 지켜왔던 덕목을 살펴보자.

첫째, 과거시험은 보되 진사(進士)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권력에 물들면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고, 여러가지 정쟁에 휘말리게 되어 화를 당할 수도 있으니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고 했다.

둘째, 만석 이상의 재물을 모으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물을 모으는 것은 욕심이 과한 것이며, 과욕은 또 다른 욕심을 낳게 함이니 필요 이상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고 했다.

셋째, 과객(過客) 대접을 소흘히 하지 마라. 집을 찾는 손님에게 대접을 잘하여 서로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등 협력의 중요성을 실천하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넷째,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 흉년이 들 때 헐값에 땅을 사서 재산을 늘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왜냐하면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나누도록 해야 하며 필요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섯째, 며느리가 시집 온 후 3년간은 무명옷을 입도록 하라. 최부자 집의 기본 덕목인 절약 정신을 몸에 베이도록 했다.

여섯째, 사방 100리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적어도 끼니를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여 지역의 안녕을 꾀하였음을 잘 알 수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동학란이나 활빈당 등의 와중은 물론이고 한국전쟁 상황에서도 어떤 형태로의 해코지를 당하지 않고 거의 모든 재산을 그대로 지킬 수가 있었다. 이는 곧 부자로서의 사회에 대한 지켜야 할 덕목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작금의 우리사회를 보자. 국민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어 온 국민이 행복을 꿈꿀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려야 함에도 정치권은 오로지 자신들의 당리당략에만 몰두하여 온통 과욕 투성이의 집단으로 전락해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이 나라의 국민들이 키워준 유수의 기업들은 기업의 책무 중 하나인 이익의 사회환원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은 체로 형제간이나 이해 당사자 간에 재산을 누가 더 차지할 것인가로 싸움을 벌여 글로벌시대의 세계적인 대망신(亡身)을 사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니 화가 치밀고 역겹기 그지없다. 욕심이 과(過)하면 화를 부른다고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고 했다. 정치권과 재벌가 그리고 사회지도층 여러분들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과욕을 부리면 화(禍)를 불러올 수 있음을 깊이 반성하고 되새기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있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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