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 군서면 해창할매집 손길자씨
지난해 허라수술로 식당운영 어려워져
마을주민들 자발적 봉사로 식당운영

과거 영암을 비롯한 강진, 해남, 장흥 등 전남도 서남부지역의 해상물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번성했던 해창마을이 영산강하구둑의 탄생과 함께 과거 번영했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한참 번성했을 때에 식당만 5~6곳이 운영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단 1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해창할매집 손길자(80·사진)씨이다.

손 씨는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 전인 19050년대에 당시 20대 초반이던 손 씨가 해창마을에서 식당운영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목포방면에서 배를 통해 많은 짐과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또 배를 타려는 사람들과 배가 싣고 온 화물을 마차로 옮기기 위한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이 대부터 손 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매표소 역할도 겸했다.

특히 손 씨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맛좋은 음식때문이었다. 당시 해창마을은 월출산에서 내려온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기 때문에 숭어, 장어. 장뚱어, 운저리, 맛조개 등 해산물이 많이 잡혔다. 해창마을 주변 사람들은 논이 부족한 대신 바다와 갯벌에 나가 해산물을 잡아 생계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풍족한 해산물을 이용해 손 씨는 장어탕, 장어구이, 짱뚱어탕, 운저리회 등 다양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음식솜씨도 있었던 탓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루에 70~80만원까지 벌 정도로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 특히 연탄불에 양념을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장어구이는 술안주로 인기였다. 이 장어구이에 반해 당시부터 지금까지 단골이 된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하국둑이 생겨나면서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던 식당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손 씨가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 식당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이후부터는 거의 식당운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십개가 됐던 상가들은 모두 사라지고 손 씨 할머니의 식당만 남아 해창마을을 지키고 있다.

허리수술을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손 씨는 식당을 그만둘 생각해도 했지만 여전히 식당을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때문에 여전히 식당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주변마을에서 자발적으로 손 씨를 돕고자 나서면서 일손을 크게 덜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되면 식당을 찾아 운저리를 비롯한 식자재 손질에서부터 서빙까지 도움을 주면서 손 씨는 식당을 계속 운영해오고 있다.

당시에는 다양한 해산물을 취급했지만 요즘은 운저리회무침, 운저리회, 장어탕 등의 메뉴만 취급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해산물들이 해창에서 잡힌 것들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무안에서 들여오고 있다. 운저리회와 회무침은 1접시에 2만원, 장어탕은 7천원에 판매중이다.

이 곳을 32년째 이용하고 있는 김일도(63)씨는 장어탕과 장어구이의 맛에 반해 아직까지 손 씨의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당시를 떠올리며 광주에서도 먹으러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서 늦게오면 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손 씨가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 하며 김 씨를 비롯한 단골손님들은 자신들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고 있다.

손 씨는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 식당을 계속 운영해나갈 수 있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해창마을의 추억을 간직한 식당과 손맛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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