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경영학부 최운열 교수

필자는 1982년 8월 무더운 여름, 5년의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설렌 마음으로 서강대학교에 부임하여 첫 강의를 시작하였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벌서 33년의 세월이 흘러 지난 6월 3일 사랑하고 정든 학생들과 공식적으로 작별을 고하는 정년기념 공개 강의를 하였다. 만감이 교차하고 이런 기분을 보통 시원섭섭하다고 했던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정년퇴임 기념식을 하겠다는 것을 한사코 사양했다.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나야 한다고 평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과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 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경영학부 학생회장과 상의했더니 학생회 주관으로 고별강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여 그렇기 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되어 가보니 큰 계단식 강의실이 꽉 찼다.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는데 구전으로 또는 SNS를 통해 알려져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많이 참석해 뭉클해진다. 제자 중 신부님이 되어 찾아온 분, 유수한 외국계 컨설팅 대표가 되어 찾아 온 제자, 금융회사 임원이 되어 찾아준 제자, 여러 사회 기관의 임원들이 참석 자리를 빛내 주신다. 특히나 무척 바빠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필자의 큰 아이가 참석,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강의를 하는 아빠를 지켜봐주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나는 경영학 교수로서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 결과 우리 사회가 1인당 GDP가 30,000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우리사회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불균형 성장의 결과를 낳았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어 노동의 질이 악화되었을 뿐 아니라 청년실업률이 걱정 단계를 넘어 젊은이들이 희망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 내 스스로 일정부분 기여한 것에 대한 솔직한 참회를 학생들 앞에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노인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 지역 격차 등 많은 문제를 뒤로 하고 학생들 곁을 떠나기가 정말 미안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린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다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를 연구하며, 문제 해결을 위하여 내 제2의 인생을 살겠노라 학생들과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 말로 강의를 마무리 하였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며 용기를 가져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비록 甲의 위치에 서더라도 乙의 입장을 생각하라. 易地思之 자세로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라. 사회라는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의 입장으로 돌아가 그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여라.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 하는 분야를 찾아 매진하여라.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을 수 없으니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라. 젊기 때문에 꿈이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어차피 시간과 자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를 버리는 것도 엄청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사랑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왔다 축복받으며 떠난다만 너희들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구나. 더 나은 한국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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