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 김주형, 임미순씨 부부
EBS '희망풍경‘ 프로서 사연 방영 ’화제‘
만남부터 결혼하기까지 과정 소개돼

지난 20일 EBS '희망풍경‘이라는 프로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영암군지부 임미순(59) 지부장과 김주형(62) 사무국장 부부였다. 이들 부부가 영암과 인천이라는 먼 거리에서도 편지를 통해 사랑을 키워나가며 부부의 연을 맺게 되기까지 이야기가 30분동안 방송됐다.

이들 부부를 하나로 만들어 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편지였다. 이 때문에 이날 방송의 제목도 ‘사랑은 편지를 타고’였다. 임 지부장과 김 사무국장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을 하지 못했던 남편을 대신해 임 지부장은 두 아이들과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학산면 용산리에서 공업사와 음료수대리점을 운영했다. 여자의 몸으로 자신이 직접 농기계와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부족한 부품이 있으면 읍내에 나가 구입해 수리해주었다. 그러던중 임 지부장은 영암읍에서 오토바이 부품을 구입해 가게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급한 마음에 과속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경운기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꺽어 당시 도로옆에 있었던 석축을 들이박고 그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 허리를 다쳤다. 광주기독교병원에서 2년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중상이었다. 임 지부장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고가 나고 1주일후 충격으로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 2년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하반신이 마비가 돼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된 임 지부장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했다. 오랜 기간동안 병원신세를 져 학산면의 집과 가게는 거의 폐허나 다름없이 변해버려 갈곳마저 잃어버렸다.

이에 임 지부장은 군서면의 친정집에서 휠체어를 타고 지내게 됐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덕분에 외출조차 할수 없어 집에서만 갇혀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중 광주기독교병원에서 알게 된 지인덕분에 ‘사닥다리’라는 잡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냈고 이 글을 인천에 살고 있던 김 사무국장이 보게된 것이다.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김 사무국장은 잡지사 관계자로부터 임 씨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전화통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 때 인연을 지속시켜준 도구가 바로 편지였던 것이다. 김 사무국장이 보낸 첫 편지가 사별한 남편의 제삿날 도착했던 것이다. 이 때 편지를 받은 임 지부장은 하늘에 있는 남편이 이 사람을 보내준 것인가 하는 생각에 계속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지 6개월가량이 지나고 김 사무국장은 임 씨를 보기 위해 영암을 방문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집에만 갇혀 지내는 임 씨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에 청혼을 하게 됐고 이를 임 지부장이 받아들여 1999년 9월 군서중앙교회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후 김 사무국장은 먹고 살기 위해 토끼사육을 해봤지만 실패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전남방직에 취직해 일을 하게 됐다. 당시에 공장내 유일한 장애인으로 주위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이 맡은 일을 더욱 열심히 했다. 당시 김 사무국장은 공장일을 하면서 하반신이 마비돼 자주 몸이 좋지 않은 부인 임 씨를 돌보고 정기적으로 병원도 오가며 가정생활에 충실했다. 그러던 중 2005년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로부터 지부장직을 제의받게 됐고 지금까지 사랑으로 살아오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난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어버려 좌절하기도 했지만 장애인문화협회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유호진 전 군의장을 비롯해 군민들의 성금으로 6천만원을 지원해 지난해 12월 소중한 보금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김주형, 임미순씨 부부는 “앞으로도 처음 그 마음처럼 희망 잃지 않고 가족끼리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갈 생각이다”며 “주변에 장애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를 보며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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