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민 금정면 출생 미래경영교육연구소 대표 전 동강대학교 총장 전 한국전문대학 산학협력단장 협의회장

기다림과 관련된 전설이나 얘기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기다림이란 자체가 곧 희망과 관련지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몇 가지의 사례를 들어보자. '진도 뽕할머니의 영등살 전설'을 보면 가족을 보고싶은 마음으로 학수고대를 하며 기도를 하며 기다리던 중 바닷물이 갈라지고 길이 드러나게 되면서 바닷길을 건너서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언젠가는 그리운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기다림의 결과였다. 그런가 하면 신라시대에 일본으로 끌려간 남편을 기다리며 멀리 보이는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보다가 기다림에 지쳐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비록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간절한 희망을 품은 기다림의 결과로 영원히 변치않을 망부석이 된 것 역시 기다림의 결과였다.

유럽의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의 산골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전설이 아닌 실화로서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과 기다림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한 남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높은 산을 올랐던 청년이 실종이 되고 말았다. 약혼을 한 여자는 희망을 갖고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믿음으로 기다림을 시작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까맣던 머리가 백발로 변하여 할머니로 변해버린 그녀가 알프스에 봄이 오는 어느 날 마을 앞개울에 빨래를 하러갔는데 녹아내린 계곡물을 따라 웬 청년의 시신이 떠내려 오는데 살펴보니 40여 년 전에 산을 올랐던 결혼을 약속한 청년이 젊은 모습 그대로 떠내려 온 것이다.

실종될 당시에 깊은 눈 속에 파묻혔다가 눈이 녹을 때마다 조금씩 흘려내려오다가 빨래하는 약혼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 희망을 갖고 기다렸던 그녀에게 비극적인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록 죽음으로 돌아온 약혼자였지만 기다림에 대한 답이 온 것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약혼자를 그리며 백발이 되도록 기다려 다시 만나게 된 것을 아름다운 기다림과 만남으로 귀결시켜 볼수도 있지 않겠는가?

필자는 30여 년의 오랜 교직생활을 접고 명퇴를 하였다. 다들 아직 근무할 수있는 기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명퇴를 했느냐고 묻곤 한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해보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명퇴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연구소를 설립하고 가까운 지인들을 초청하여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여 편한 대화 마당을 펼쳤었다.

나에게 관심을 갖어주신 꽤 많은 분들께서 연구소 설립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름 여러가지 추측과 판단을 해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정치를 하기 위하여 준비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등등.. 그럴 때마다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가 않아서 조금은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았다. 바로 기다리기 위하여라는 답이었다.

무엇을 기다리는가? 바로 내 꿈을 펼치고 새로운 경험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 희망의 사다리를 놓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보고 그 중에 몇 가지를 택하여 실천을 해보고 그럴 때마다 또 다른 희망을 펼치고 그리고 시간을 두고 새로운 경험을 위한 기다림을 갖는 것이다.

그렇다. 기다림이란 누구에게나 희망과 꿈을 펼칠 수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 자신들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면서 회자를 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너무 조급하고 은근과 끈기가 부족하고 빨리빨리 서두름만 앞세우다가 그르쳐진 일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가 있다. 차분하게 기다림은 모두에게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혜택 중에 하나인 4계절의 변화를 보자. 그로 인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을 접할 수있는가? 그런데 유난히도 사람들은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가장 강렬하다. 왜냐하면 꽁꽁 얼어붙은 대지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사방에 새 생명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모두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고 새로움과 함께하는 희망을 꿈꿀 수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사물들이 그렇게도 혹독한 겨울을 참고 이겨내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봄이 오는 풍경을 그려보면 움츠렸던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활동적으로 바뀌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바로 기다림이 주는 희망과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기르고 가꾸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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