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 영암읍 회문리 이찬주씨

10여년동안 마을주변, 기찬묏길 청소봉사
바쁜 생활속에 시간쪼개 생활쓰레기 수거

기찬묏길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이찬주씨.
관광객들의 걷기체험과 지역주민들의 운동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기찬묏길을 걷다보면 한 손에는 마대자루, 또 다른 손에는 집개를 들고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는 기찬랜드에서 시작해 영암병원방면까지 1시간가량 기찬묏길을 따라 묵묵히 걸으며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 맥주캔 등 생활쓰레기들을 수거한다. 그 주인공은 영암읍 회문리 녹암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이찬주(67·원내사진)씨이다.
이 씨는 광주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해오다가 9년전부터 아버지가 살고 있는 녹암마을로 완전히 정착했다. 영암에 정착한 후에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다가 한달 전에 퇴직했다. 현재는 소일거리로 소 3마리를 키우고 주변 텃밭에서 밭농사를 하고 있다.

이 씨의 하루는 기찬묏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7시정도부터 녹암마을에서부터 기찬랜드를 지나 기찬묏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최근 기찬랜드와 기찬묏길이 영암의 주요관광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찾는 경우가 늘어나 이 곳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들도 많아졌다.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대부분은 맥주와 음료수캔, 부탄가스, 화장지, 종이컵, 담배갑 등으로 관광객들과 지역주민들이 무심코 버린 것들이다. 이 씨는 기찬묏길을 걸으며 주변에 버려진 생활쓰레기를 주으며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한번 청소를 할때면 40~50ℓ 쓰레기 봉투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양이 수거된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수거될 수록 이 씨는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기찬묏길을 걸으며 1시간가량 청소가 끝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농사도 짓고 자신의 볼일을 보는 것이다.
이 씨는 광주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하면서 기찬랜드가 생기기 이전부터 마을주변과 작은골 계곡 주변 청소를 해왔다. 이후 기찬랜드와 기찬묏길이 생기면서 이 곳을 중점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다. 이렇게 청소를 해온 시간을 따져보면 10년이 훌쩍 넘는다. 광주에서 근무할 때도 영암에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일이 없거나 한가할 때면 시간을 내서 기찬묏길을 청소해왔다.
이렇게 이 씨가 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기찬묏길 주변을 청소해왔던 것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살아왔던 마을과 빼어난 풍경을 자랑했던 계곡이 더러워지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였다. 이 씨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월출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물과 풍광이 좋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빼어난 경치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월출산이 기가 쎈 곳으로 유명해 무속인들이 찾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계곡이 몸살을 앓으면서 이 씨가 청소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때부터 시작한 청소가 벌써 10년이 넘어서 70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하루일과처럼 녹암마을과 기찬묏길 주변을 다니며 청소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사람들이 마구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고 깨끗해진 기찬묏길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청소는 계속하겠지만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다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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