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구 군서면 출신 법학박사 고용노동부여수지청장 전)호남대법학과 강사
가을은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다. 그 중의 하나가 등화가친(燈火可親),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에 빠뜨릴 수 없는 바로 독서다.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녘이 우리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듯 독서를 통하여 심신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가져  보자. 책장을 넘겨 가며, 푸른 하늘을 바라 보며, 소식 뜸했던 친구, 멀리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여유도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중국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가 아들에게 지어 준 시에서 등화가친의 계절, 가을에 책을 가까이 하자는 구절이 나온다.

가을이라 장마가 걷히고(時秋積雨霽)
들판에 서늘한 바람 불어(新凉入郊墟)
등불을 가까이 하게 되니(燈火稍可親)
책을 펴보는 것도 좋으리(簡編可舒卷)

등화가친(燈火可親)
가을 밤은 심신이 상쾌하여 등불 밑에서 글 읽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이다. 가을이면 너도 나도 기호로 삼고 있는 이른바 취미 십팔번 항목의 하나가 독서이다. 고개 숙인 벼이삭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면서 성찰과 사색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살찌우고, 책에서 삶의 지혜를,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을 설계해 보자.

독서삼도(讀書三到)
독서의 세가지 방법을 일컫는다. 입으로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책 읽는 구도(口到), 눈으로는 다른 것을 보지 않고 책 보는 안도(眼到),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고 오로지 마음이 글을 읽는 대상에 집중하는 심도(心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을 때는 주위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과 눈과 입을 함께하여 읽으라는 것이다.

독서삼매(讀書三昧)
삼매는 본시 불교에서 참선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면 어떤 감각적인 자극이나 그 자극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을 초월한 상태로 삼매에 빠지면 옆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모르는 경지다.
 또한, 독서는 그 범위를 한정해 거기에 얽매이기 보다는 남의 것을 알아야 자기 것도 소중함을 알듯이, 복잡다단한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다양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독 못지 않게 다독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은 먹거리에서부터 무수하게 많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가을의 정취만한 것이 있을까.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가 새삼스럽게 예사롭지 않다.
천고마비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가을철은 대기중 오염물질 농도가 여름보다 훨씬 낮을 뿐아니라, 여름철은 습도가 높아 수증기가 태양빛을 흡수해 산란을 방해하고, 가을철은 습도가 건조하여 공기분자가 태양빛을 충분히 산란시켜 하늘을 더 푸르게 한다.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것도 사실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체온유지를 위해 몸이 열을 발산하고, 그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서 그만큼 섭취량이 많게 된다. 그래서 말을 비롯해서 어떤 동물이든 많은 양을 섭취해야 되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가을은 우리들의 마음을 저절로 바빠지게 만든다. 그렇게 아름답던 단풍은 어느새 낙엽이 되고, 밤 깊도록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바쁘게 오가는 철새들의 행렬들은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마음을 다잡아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들과 공원,버스 안에서, 어느 곳에 있든지 짬을 내어 책을 가까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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