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구 군서면 출생 법학박사 고용노동부여수지청장 전)호남대법학과 강사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말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다녀갔지만,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일차적 충격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 박힌 안전불감증이고,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였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였다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선에서 이미 마무리되었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유족들의 단식 등이 이어지면서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전개되고 있는 첨예한 갈등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벌써, 사회 일각에서 세월호는 잊어버리고 민생으로 눈을 돌리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꽃다운 수 백명의 학생들이 생명을 잃은 사건이다. 인재이고,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고였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세월’ 속으로 떠나 보내고, 시급한 민생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 것일까.
세월호는 이 시대에 있어서, 우리의 가장 큰 ‘민생’이다.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민생현안인 것이다. ‘국민’의 일부가 순식간에 주검으로 사라져버렸는데, 세월호는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안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졌고, 대오각성까지 있었지만, 세월호는 ‘민생현안’에 끼지 못하는 형국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나 생각의 틀이 잘못되었다면 고쳐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명백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며, 거기에는 어떠한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윤리적 감정이라는 정서를 이해하기 어렵다.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따로 정하지 않고 범법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존엄성을 재확인하고, ‘정의롭고 성숙한 사회’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오늘로서 130여일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대다수 국민은 어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게 분명하다. 내 아이에게 일어난 사건이었다면…부모들의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진 것은 바로 그 동질감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은 안산의 고등학생들이 생명을 잃었지만, 또 어느 날엔 바로 내 아이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고등학생들이 열 명중 한 명도 안 된다는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국가의 신뢰가 떨어진 사건,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 세월호다.  이제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이다. 우리가 추구해 왔던 물질적 풍요, 그것에 기반 했던 삶의 방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가 다시 우리 사회에서 ‘침몰’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우리들은 지금 모두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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