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 도포면 故 최 승 길 이장
연도변풀베기 작업도중 트랙터 전복사고로 작고
의용소방대장, 새마을지도자, 이장 등 도맡아 봉사

지난달 31일 덕진면 용산리에서 연도변 풀베기 작업을 하던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최승길 이장의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지난달 31일 덕진면 용산리에서 군정업무를 추진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한 마을 이장의 추모비 제막식 행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추모비 제막식에는 전동평 군수, 이하남 군의장 등 군관계자와 도포면 이장, 유가족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비 건립취지, 제막식, 비문낭독, 추모사 등의 순으로 경건하게 기념식이 진행됐다.
추모비에는 전옥란 시인의 ‘망초꽃 향기처럼’이라는 제목의 시가 새겨졌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망초꽃을 생각하며 애도의 마음을 담아 추모비 제막식의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경건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추모비의 주인공은 바로 도포면 동도포리 마을이장을 맡았던 고 최승길(68·사진)이장이다. 최 씨는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연속 이장을 맡아왔으며 5년후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다시 한번 이장직을 맡아 마을을 위해 일해왔다.

최이장의 생전 모습
최 씨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달 초였다. 영암군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지역 만들기를 위해 매년 추진중인 ‘연도변 풀베기사업’의 일환으로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연도변 풀베기 사업은 도로변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함으로써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시야를 확보해주고 주민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인 것이다.
지난 8일 최 이장을 비롯한 도포면내 이장 20여명은 도포면에 할당된 군도와 지방도 12㎞에 대해서 풀베기 작업을 실시하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면내 한 사회단체에서 맡아서 해왔지만 올해에는 인력부족으로 풀베기 작업을 맡을 수 없게 되버리는 바람에 도포면이장단에서 연도변 풀베기 작업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어쩔수 없이 맡게된 풀베기 작업 봉사였지만 최씨를 비롯한 도포면내 이장단은 내 고장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작업을 실시한 덕분에 오전중에 담당한 12㎞거리를 모두 끝마치게 됐다. 예상시간보다 일찍 작업을 마무리 하게 된 데는 최 씨가 풀베기 장치를 단 트랙터를 동원했기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의용소방대장, 새마을지도자 등을 맡아 마을주민과 도포면의 발전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왔던 최 씨였던 탓에 이왕 맡게된 풀베기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트랙터까지 동원했다. 작업감독이었던 최씨는 직접 자신의 트랙터에 풀베기용 톱을 걸고 작업을 지휘한 덕분에 목표량 풀베기는 오전중에 모두 마무리됐다. 오전중에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도포면사무소 관계자들은 이장단의 노고를 치하하며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면소재지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를 끝낸 최 씨는 담당한 구역외 도로변에 잡초가 무성해 있는 것을 보고 도포면이장단장과 수산리 이장 등 3명이서 추가로 작업을 실시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작업구간 너머 도로변에 풀이 나 있는 것을 보고 그 곳까지 풀베기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앞장섰다가 30여분만에 트랙터가 도로옆 3m높이의 밭으로 추락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사고후 부상당한 최 씨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러한 사고를 들은 영암군에서 이웃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의 삶을 살다간 최씨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애도의 마음을 담아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도맡아 앞장서서 실시해왔으며 마을주민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았던 고인의 삶이 알려지면서 군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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