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구 군서면출신 법학박사 고용노동부여수지청장 전)호남대법학과 강사
삼복더위가 시작되었다. 복날이 유독 더운 이유는 무엇일까.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굴복(屈伏)’한다는 의미란다. 즉,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가을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킨 것이다. 초복은 가을 기운이 처음으로 여름 기운에 도전했다가 항복한 날이다. 이날 더운 이유는 가을기운이 여름 기운에 두 손 들어 항복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번 항복했던 가을 기운이 두 번, 세 번 도전하다가 거듭 항복한 것이 중복과 말복이다. 그것이 삼복더위가 유난히 더운 이유이다.
옛 조상들이 터득한 최고의 피서법은 삼복더위로부터 피하는 것이다. 이 말에는 삼복더위에 맞서 싸우지 말고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삼복더위는 맞서 싸워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의 가을 기운도 항복한 터에 어찌 인간이 삼복더위에 대항해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인간 역시 항복하고 삼복더위를 피해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여기서 달아나는 것은 도주가 아니라 탈출을 의미한다.
삼복더위의 탈출은 의식주와 일상적인 공간으로부터 일어났다.
삼베와 모시옷은 더할 나위없는 여름의복이다. 빳빳하게 풀먹여 다림질하면 정갈함과 단아함이 돋보이고 까실까실한 느낌이 그만이다. 삼베와 모시옷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죽부인이다. 죽부인은 대나무를 매끈하게 다듬어 얼기설기 엮어 원통형으로 만든 것인데, 안고 자면 시원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침구이다. 아버지의 죽부인은 어머니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다 하여 죽부인이라 한다. 대자리를 펴고 삼베옷을 걸친 채 죽부인을 다리에 끼고 참숯베게에 낮잠을 늘어지게 자면 삼복더위는 저만치 물러간다. 
삼복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는데 삼계탕과 개장이 으뜸이다. 냉수를 부은 보리밥에 오이지, 짠지를 얹어 먹으면 흘린 땀으로 빠져나간 소금기를 보충해주고, 애호박, 더덕 등을 말려 놓거나 깻잎부각, 풋고추부각 등을 저장하여 밑반찬으로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데 그만이다.
우리나라의 삼복더위는 열대와 같고, 반면에 겨울은 한대와 같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대청마루, 겨울철의 온돌방은 각각 열대와 한대에 적합한 주거 공간이다. 특히, 온돌방은 여름에 불을 지피지 않으면 냉골이 되어 누워서 더위를 식히는 데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최고의 탈출은 역시 일상적인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산 넘고 물 건너 머나먼 외국의 휴양지일 필요도 없다. 집 가까이에도 탈출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에서 삼복더위에 탈출하는 여덟 가지 방법을 묘사하였다. 소나무 숲 활터에서 활쏘기, 홰나무 숲에서 그네뛰기, 물가에서 투호하기, 방문 열어놓고 바둑두기, 연못가에서 꽃구경하기, 옆동산에서 매미소리 듣기, 밤늦게 시 짓기, 달밤의 냇가에서 발 담그기가 그것이다. 
올 여름 삼복더위는 유난히 덥다고 한다. 삼복더위에 맞서는 것은 항복을 자초하는 무모한 짓이다. 옛 조상들의 피서법인 삼복더위로부터 탈출하자. 그것으로 부족하면, 일상공간에서 벗어나 영암의 명소인 ‘기찬랜드’로 탈출하자. 세 번의 실패 끝에 나서는 네 번째 가을 기운은  삼복을 이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