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05일(제162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영암군이 지역경제 살리기 범군민 운동에 본격 나섰다. 갈수록 위축돼 가는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운동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도 지역 주민들의 호응 없이는 결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동안 농촌은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970년대 정부의 산업화 정책은 젊은이들의 농촌이탈을 가속화시켰고, 수입개방 정책은 곧바로 농촌붕괴로 이어졌다. 땅 한 평 늘리고자 허리띠 졸라매며 쌀농사에 매달렸던 조상 누대의 노력들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당장 내년부터 정부의 쌀 수매제도는 ‘골동품’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보호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묶어뒀던 빗장이 풀리면서 각종 농산물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미 오래전 목이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음에도 봇물이 터지고 나서야 소란을 떠는 상황을 맞고 있다.

 결국 부지불식간에 우리 식탁을 지배해버린 외국 농산물은 농촌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말았다. 그래도 젊은이가 떠나버린 농촌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지만 그나마 지역경제는 살아 돌아갔다. 그런데 불과 몇 년사이 지역경제는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리 없다는 비관론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농촌경제가 더 이상 회생될 수 없다는 한계상황에 부딪치면서다. 다시말해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돈이 펑펑 쏟아질 때 지역경제도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만 농촌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무엇을 바라겠는가. 이 같은 현실에도 우리 지역민들의 자세는 사실상 요지부동이었다. 현실만 탓할 뿐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보하는 마음, 포용의 자세, 질서의식 등 선진화된 군민의식은 지역발전의 시금석이다. 그리고 지혜를 한데 모야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단견(短見)은 버려야 한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 식사고로는 결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지역경제 살리는 문제도 먼저 주민이 나서야 한다. 행정기관에서 아무리 ‘지역경제를 살리자’고 외쳐대 봤자 지역민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솔직히 지금 공무원들의 거주지를 제한하고 있지만 ‘언 땅에 오줌 싸는’격이 아니고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한낱 구호로 그칠 일이 정말 아니다.

겉으로는 지역 경제를 살리자고 해놓고 내부적으로는 이에 역행하고 있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눈속임에 불과한 겉치레 행사는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오히려 행정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관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미 군은 ‘영암경제살리기’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세부적인 실천덕목 10개항을 선정한 바 있다. 그리고 엊그제는 ‘내 지역 상가 애용하기’등 4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한 범군민 결의대회와 함께 캠페인에도 나섰다.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과성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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