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5일(제13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지난달 28일 치러진 열린우리당 영암·장흥지구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가 돈을 뿌렸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영암지역에서는 학산면에 사는 모 교회 목사가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부터 지지부탁과 함께 10만원을 받았다고 영암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어 장흥지역에서는 장동면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역시 경선을 앞두고 현금 3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 받았다고 신고, 최근 장흥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서에 신고는 안됐지만 2~3건의 금품살포 사실을 확인했다는 한 경선 참여자의 폭로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했던 많은 군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을 기치로 내건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볼 때 찬물을 끼얹는 이같은 행태는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말하자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당 대결구도를 상정해 볼 때 보선에 누군가 나서더라도 열린우리당 후보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 반면 민주당 후보에게는 상대적 프리미엄을 자연스럽게 얻게 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더욱이 유권자의 손으로 후보를 직접 뽑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도입한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정치실험 부대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경선에 나선 세명의 후보는 한결같이 개혁정치를 표방하며 정치발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공정한 경선을 다짐하며 이를 어길 경우 후보사퇴는 물론 정계은퇴를 선언하기로 약속하는 서약서까지 작성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가 이를 어기고 돈으로 선거인단을 매수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작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 정치판의 불신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더불어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단거리 경주에 나섰던 ‘순진한 주자들’은 도착지점에 이미 안착, 야릇한 웃음을 짓고 있는 주자를 보고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만일 이 ‘순진한 주자들’이 정치 신인이었다면 말로만 듣던 정치판의 쓴맛을 톡톡히 맛보았을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결국 ‘어떻게든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이 주자는 당선되자 마자 민(民) 위에 군림하며 거드름을 피우게 될 것임이 뻔하다. 그리고 구태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국회에 입성한 들 민초들을 하늘같이 떠받치며 지역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선거준비 과정을 지켜보면 군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다소나마 희망을 안겨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처음 시도하는 행사라서 시행착오와 함께 미숙한 점도 노출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불신만 가중되는 정치판에 국민참여 경선방식을 도입, 과거햐향식 공천과는 차별화를 시도했고 합동토론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또 투표 참가자에게는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후보를 번호순으로 배기는 선호투표방식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과거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였고 ‘정치 혐오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같은 희망과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반개혁적인 행태가 우리 영암·장흥지역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법당국은 물론 당 선관위는 금품제공 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군민들이 축제분위기 속에 차질없는 선거를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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