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7일(제12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최근 전남북 일부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인식돼온 쓰레기종합처리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또다른 지역에서 빚어지고 있는 님비(NIMBY)현상과 대조를 보여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님비와 대칭되는 이 핌피(PIMFY)현상은 자치단체들이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고 주민들의 선진의식이 맞물리면서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돼 타 자치단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우선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한 성공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 순천시는 왕지동 쓰레기매립장의 사용 종료기간이 임박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환경센터(쓰레기종합처리장)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최근 주암면 비룡리 등 9개 마을이 유치를 신청했다고 한다. 순천시는 이에 앞서 2002년 6월 서면 건천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표류하자 지난해 12월말 추가 후보지를 공모했었다. 그리고 순천시는 주민 여론수렴 절차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 시와 의회, 시민사회단체, 주민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민원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10개월간 11차례에 걸쳐 2천400여명을 경기 구리, 파주의 환경센터를 견학시겼다.

또 입지로 결정된 마을에 발전기금 50억원과 개발사업비 40억원, 쓰레기반입 수수료 10억원 등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순천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 투명하고 공개적인 사업추진과 주민들의 의식변화로 님비의 벽을 넘었다”고 자체 분석했다.

전북 익산에서도 수년째 난항을 겪던 쓰레기 처리시설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쓰레기 처리시설 유치에 나선 곳은 오산면, 동산, 삼성, 신동 등 4개 지역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오산면, 이곳 주민 100여명은 최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치 대가로 시에서 지원하는 지역개발자금 100억원으로 미곡처리장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때마침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암군은 대불산단에 시설할 계획이었던 폐기물종합처리장이 군사보호구역으로 사실상 설치가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원점에서 재추진키로 하고 지난달 하순부터 지역별 순회설명회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읍면 단위마다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함께 유치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많은 주민들은 “최첨단 장비와 공법에 의해 시설이 들어서고 주면 피해가 없다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한두군데씩 추천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쓰레기처리장 부지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우리 영암지역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일로 퍽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성과는 역시 ‘열린행정’에 의한 ‘주민동참’으로 귀결된다. 앞서 열거했던 타 자치단체의 사례에서 보듯 투명하고 공개적인 사업추진이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일깨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군에서 제공한 각종 인센티브를 챙겨와 마을발전을 앞당겨 보자는 공감대가 주민들간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널리 확산돼 지역발전을 꾀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의식 확산에 크게 기여하는 촉진제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아닌 반대로 현안사업들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역실정에 맞게 잘 살아보자는 주민자치가 반쪽 자치로 전락되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는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농촌현실. 앞으로 닥쳐올 더 큰 시련을 생각하면서 무엇이 지역의 장래를 위한 일인가 한번쯤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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