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20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官必有遞 遞而不驚 失而不變 民斯敬之矣

“벼슬은 반드시 교체되기 마련이다. 교체 되어도 놀라지 않으며, 벼슬을 잃어도 연연해하지 않아야 백성들이 존경한다.” “연임시키지 않음을 원망하거나 벼슬 잃은 것을 슬퍼하는 일은 선비의 할 일이 아니다” 라고도 해석되는 이 고사는 다산 정약용이 지은 ‘목민심서’ 에 나온 구절이다. 모름지기 벼슬이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두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이세상의 어떤 누구인들 시작한 벼슬을 그만두지 않을 장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산의 ‘목민심서’ 는 바로 그런 문제를 명쾌하게 설파해 놓았다. 그리고 벼슬살이의 좋은 출발에서 아름다운 퇴장까지 자상한 풀이를 곁들여 놓았다. 대별하면 12항목이 있다.

그 첫 번째가 부임(赴任)에서 시작한다. 벼슬살이의 명령을 받고 임지에 부임할 때 어떻게 하며, 무슨 물건을 챙기며, 얼마나 소박하게 출발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또 12항목의 마지막은 바로 해관(解官)이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어떻게 뒷정리를 하고, 짐은 어떤 정도로 챙겨 올 것인가 까지 세밀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혹자는 시쳇말로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고 의아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공무원은 물론이려니와 공공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봄직한 대목이다. 다산이 말한 또 한 대목을 음미해 보자.

棄官如足麗 古之義也 旣遞而悲 不亦羞乎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옛 어진이들의 뜻이었다. 교체되는 것을 슬퍼한다면 또한 수치스럽지 않겠는가.” 고관(高官)으로 임기만 채워도 행복한 일인데 연임하기를 연연해 하고, 더 높은 자리로 승진되기나 바라고 세세연연(歲歲年年)토록 벼슬살이만 해먹겠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다산의 또 다른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름다운 퇴장’ 에 대한 다산의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음을 또한번 보게 된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기업도시 예정지에 부동산 투기를 한 업자를 도운 영암군 공무원 3명이 구속되거나 불구속 기소처리 되는 일이 발생, 지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업자에 놀아난 공무원에게 사법당국의 철퇴가 가해진 것이다. 앞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이지만, 일단 공무원이 개입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명예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평상시 자로 잰 듯한 업무 처리를 함으로써 주위로부터 동정심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따라서 앞으로 사건이 잘 마무리 되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영암군 공무원 사회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가지 우리가 이 시점에서 다산의 ‘목민심서’를 들먹이며 공직자의 처신을 논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속담에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 는 말이 있듯이 다가올 결과를 미리 생각해가면서 모든 일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오이 밭에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 는 속담도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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