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일(21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길에 나섰다. 주말의 탁 트인 세상은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역사문화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선양사업을 해오고 계시는 분의 강권(?)에 못이긴 1박 2일의 여행이었지만 큰 보람이었다.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유물·유적을 통해 잊혀져 가는 역사를 더듬어 가는 그 신비스러운 작업은 외경(畏敬)스럽기까지 했다. 돌맹이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일본인, 또 그에 근접하고자 노력하는 경상도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 여행길에 나선 곳은 고령·함안·창녕·김해·고성 등지로 이른바 가야권(伽倻圈) 문화지대였다. 사실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필자로선 옛 유물·유적의 소중함을 그리 대단하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가야권에 포함된 지방자치단체 마다 박물관이나 유물전시관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성(姓)씨의 3분의 1이 이곳 가야권에 본관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고 있지만 가야사 연구에 소홀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들 각 자치단체가 앞장서 널려 있는 유물·유적을 발굴·보호하고 체계적인 전시공간을 마련, 관광자원화 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음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비록 국가·차원에서 가야사 연구에 소홀했다고 하지만 많은 유물·유적들은 앞으로 고대사 연구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고, 이를 잘 보존 관리해 온 자치단체는 무조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관광자원은 그 지역만이 갖는 독특함과 희소가치가 있을 때만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고장 영암의 문화유산은 어느 곳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천신제와 해신제를 함께 지낸 곳으로 잃어버린 마한역사를 되살릴 수 있는 많은 고인돌과 고분들은 문화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문화재를 도굴 당했으면서 억만금을 주고도 되찾을 수 없는 현실을 볼 때, 지금 남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도 하루빨리 발굴·보호하고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전시 공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문제는 예산인데, 그렇다고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볼 수도 없었다. 100억에서 120억 정도의 예산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도비를 따내면 50억 내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관리하는데 드는 제반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영암도 한때 검토단계에서 유야무야 되고 만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시 검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샛길 넓히고 포장하는 데 조금 절약하고 반대여론이 많은 영암의 일주문 건립비용을 여기에 투자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려운 재정여건에서 생산적인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공무원의 해외여행도 그렇다. 2~3년 전부터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모자라 상사업비를 해당실과에서 해외여행 경비로나 소진한다는 것은 군민들의 어려움을 도외시 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예산타령에 앞서 자손만대에 누릴 수익사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 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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