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9일(21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첫눈이 내렸다. 12월 첫 주말을 강타한 첫눈은 너무 하다싶을 정도로 많이 내려 우리 농촌사람들에게 또한번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도시인들이 한가하게 첫눈의 정취에 빠져들고 일국의 재상이 ‘태평성대’를 농하고 있을 때 우리의 농촌사람들은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와 함께 자연재해에 또 울어야 했다. 지금도 산야를 온통 뒤덮여 버린 첫눈은 곳곳에 많은 생채기를 남겨주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다시 한번 짚어보자.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1988년 이후 가장 안정된 시기” 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외교 관계나 남북문제도 안정돼 있고 고유가나 환율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실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도 안정된 구조로 가고 있다” 며 이같이 말했다. 무역규모가 5천억 달러를 돌파하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인 지수 1천 300대를 넘어섰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듣자하니 경제성장률도 지표상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고 해외여행객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표이고 보면, 가히 그런 시각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렇지만 도대체 농촌의 실정을 어느 정도나 파악하고 나온 발언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경기도 파주에 신생도시를 또 만들고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이고 보면 농촌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손 치더라도 농촌실정을 무시한 갖가지 정책과 발상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외쳐대던 참여정부가 그동안 억제해왔던 수도권의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1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의 47%, 금융의 70%, 공공기관의 85%가 모여 이TEk. 이는 인구만 보아도 미국의 2.7%, 독일의 4.1%는 물론이고 영국의 13%, 프랑스 18.7% 그리고 천도까지 고려했던 일본의 32.6%를 훨씬 넘는 수치다. 한마디로 서울은 동맥경화에 걸려있다. 교통·환경·주택 등 이로 인한 손실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반면 지방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게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이 아니던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일 터이고···.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들이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위기의식을 갖고 반기를 들고 나선데 따른 ‘선심성 정책’ 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금 농촌을 한번 직시해보라. 유휴 농업인력을 흡수하고자 했던 농공단지는 실패로 돌아가 많은 공장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수천억을 들여 조성한 영암의 대불산단 등 지방 소재 국가산단들도 수도권을 선호하는 공장에 밀려 십수년째 텅텅 비어있는 실정이 아니던가. 더구나 최근 수년사이 쌀 개방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이 죽음에 맞서고 있질 않는가. 그럼에도 위정자들이 경제성장률 등 몇 가지만 따져 ‘태평성대’를 논하는 것은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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