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6일(22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조선시대 ‘組閣 遊戱’ 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사랑방에 모여 앉은 지식인층들이 영의정은 누구, 이조판서는 누가 적임자이고, 병조판서는 아무개 하는 식으로 의견을 모아 인물이나 세상사를 품평하곤 했다는 것이다. 임금도 가끔 승지를 보내 귀동냥을 해서 실제 조각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 조가유희는 일제 때까지 이어져 육당 최남선의 ‘通史的 組閣’ 이 전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수상에는 고구려의 을파소(농부로 천거되어 13년간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었다는 인물), 학부대신에는 설총, 검찰총장에는 조광조, 전권대사에는 정몽주 등등 하는 식이다. 노무현 정부는 새해 들어 과기·통일·산자·노동 등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열린 우리당의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이 당으로 복귀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개각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구고히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부한데 이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조차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특히 여당의 내분은 표면적으로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장관 임명문제로 촉발됐지만 내부적으로는 당권싸움, 더 나아가 대권을 앞둔 계파간 견제와 신경전 등과 맞물리면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 의원을 천거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전까지 벌어지는 등 여권 전반이 집안싸움에 휘말린 형국이다. 마치 ‘친노-반노’ 세력으로 나눠져 으르렁거리는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걱정이 앞선다. 새해를 맞아 상생의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단 며칠도 지나지 않아 실망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여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또다시 장외투쟁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한술 더 뜨고 나섰다. 장관자리가 선거 차출용이거나 경력관리 목적 등에 이용되는 것은 절대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국가발전과 민생은 선거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성장해나가야 한다. 구정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내각이다.

따라서 내각을 책임지는 각 부처 장관은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조각은 국민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원래 內閣을 뜻하는 영어의 캐비닛(Cabinet)은 임시막사나 판잣집을 뜻하는 ‘캐빈’에서 나온 말이며, 중국에서는 정사를 보는 다락에 붙은 곁방을 뜻한다고 한다. 총리는 중국 청나라의 경우 戶部에 속하는 벼슬이름으로 각급 창고와 수레를 관리하는 직책이었으며, 원나라때의 장관은 변방을 지키는 한직 벼슬이름이었다. 15세기까지 여염집의 심부름꾼 호칭이었던 영국의 미니스터(Minister)는 그 후 신의 심부름꾼인 ‘성직자’ 의 뜻으로 변했다가 지금은 백성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의미로 ‘장관’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새 내각이 어떤 이물들로 짜여질 것인가에 앞서 국민의 심부름꾼, 봉사자로서의 면모를 얼마나 보여주는 조각이 될 것이냐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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