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7일(223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또 한차례 국민의 대이동이 다가오고 있다. 폭설 끝에 정신들이 없지만 그래도 대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다. 사람들은 왜 고향을 찾는 것일까. 귀소본능(歸巢本能)으로 말하면, 연어가 으뜸이라고 한다. 큰 바다로 나갔던 연어는 4년 후 반드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태어난 하천 물속의 여러 물질이 연어의 취각을 자극해 정확히 찾아온다는 게 정설이다. 하찮은 미물도 이럴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 고향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귀성전쟁’ 이라고 할 만큼 올해도 예외없이 설 인파는 한반도를 뒤덮을 것이 분명하다. 서울서부터 시작해서 전국의 도로가 자동차로 뒤덮인 예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엉금엉금 기다못해 아예 서버리는 경우도 갈수록 심한 것 같다. 이처럼 명절 때만 되면 귀성·귀경 전쟁을 벌이는 원인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북으로는 길이 막혀 있고 남쪽으로 일시에 차량이 몰려왔다 몰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귀성전쟁 또는 귀경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려 10시간을 넘기는 귀성전쟁에도 불구하고 바득바득 고향을 찾는 건 가족과 해후하는 기쁨과 조상을 섬기는 우리의 미풍양속 때문일 것이다. 특히 차례를 빌미삼아 뿔뿔이 헤어졌던 가족과 모처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형제간의 우애와 친구들의 우정을 다지는 좋은 기회 때문에도 ‘전쟁’을 치러가면서까지 고향을 찾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이 괴로운 사람들도 있다. 대학을 나왔어도 취업을 못한 젊은이가 그들이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불황 탓이다. 대졸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인기학과 졸업자나 우등 졸업생을 가릴 것 없이 2~3년 취업 재수생은 부지기수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을 중도에 휴학하고 고시학원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직장을 먼저 구한 뒤 복학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연유로 대학부근에 고시학원이 성업 중에 있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여하간 명절을 맞아 부모님에게 안겨줄 선물꾸러미를 사들고 자랑스럽게 나타나야 할 자식들이 취업을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이 이런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뼈가 으스러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기어코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심은 자신들의 고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필사의 각오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시험에 매달려야 하는 자식이나 부모의 심정은 어떠랴. 취업을 못해 막여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도피성 대학원생’ 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 일 터. 억지 대학원생을 보듬고 있는 부모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또 얼마나 하겠는가. 아무쪼록 자식들이 하루빨리 번듯한 직장을 잡아 의젓한 모습으로 고향을 찾아와 친지들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이 흡족하고도 마음편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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