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24일(226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5·31지방선거를 90여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행사장엔 그 행사의 크고 적음을 떠나 얼굴을 내미는 후보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선거가 임박해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추락 위기에서 벗어난 민주당엔 예비 후보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이면서 선거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스로 나서겠다는 후보자들도 없는데다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격세지감(隔世之感) 이랄까. 이전 총선 때 역풍(逆風)에 나가떨어졌던 민주당에 사람이 몰리고 있음은 ‘정치는 삻아 움직이는 생물’ 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당연히 여론의 향배에 좌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요행을 바라는 부류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밑져야 본전’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이다. 지방의원의 경우 유급제 전환도 이를 부추기는 한 축이다. 결국 허수(虛數)들의 무분별한 참여는 당 지도부를 세뇌(洗腦)시킬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민의를 저버린 오만과 독선은 그 허수들이 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공천장사’ 라는 것도 결국 그 허수들로 인해 빚어낸 작품이었던 것이다. 기초적인 경제논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내용은 명명백백(明明白白)하다. 다시 말해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많으면 물건 값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때문에 함량미달인 인물도 공천장사를 통해 ‘끼워넣기’를 했다. 선거철만 되면 곳곳에서 멱살을 잡고 폭로전을 폈던 오욕의 역사가 이를 입증해 준다. 그런데 그 악습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적막이 흐르는 한쪽은 구걸하고 다니는 판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또 다른 한쪽은 느긋함을 보이며 값이 오르길 기대하는 듯 하다. ‘여론조사’ 라는 게임 룰(Rule)을 정해 놓았지만, 실제 얼마나 공정성이 담보될지 미덥지 않다. ‘전략공천’ 이라는 것도 이런한 불신의 단초가 되고 있다. 벌써 공천신청을 낸 후보군 사이에서는 기초의원의 경우 5천에서 1억이라는 액수가 나돌고 있다. 군수 후보는 최소 5억 이상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은 곧 상선이라는 해괴(?)한 등식은 값을 더 올리는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다. 그릇이 큰 자가 유리할 것은 뻔한 이치다. 하지만 그 정점(頂點)은 어디까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주는 쪼깅나 답은 쪽이 입을 꼭 다문 한 말이다. 문제는 요즘 민주당의 지지세가 오르고 있는 것은 결코 당 차원의 노력에 의한 성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반사이익과 동정심이 덧칠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거품으로 포장된 지지도는 언제, 어느 때 갑자기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자만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유권자의 가슴에 파고들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이번 지방선거의 공천심사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권자의 비애(悲哀).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또다시 실망을 안겨줘선 안된다. 제대로 된 일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한다. 그 길만이 민주당이 부활(復活)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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