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일(227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장기집권의 부정적 의미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집권 10년’ 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부터 갖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10년 동안 정권을 잡았으면서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도자가 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67)가 바로 그다. 지난 1996년 3월 2일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의 폴 키팅 총리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은 자유국민연합의 하워드 총리는 그 후 실시된 세 차례의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10년 동안 굳건히 권좌를 지켜내고 있다. 장기집권으로 치자면 지난 1939년부터 41년까지, 그 후 1949년부터 66년까지 우 차례에 걸쳐 총 1`8년 6개월 동안 집권했던 로버트 멘지스 총리에 이어 호주 역사상 두 번째다. 하지만 하워드 총리는 최장기 집권이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세운 멘지스 총리보다 더 뛰어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햄버거와 콜라의 힘, 경제 덕분이다. 바지 뒷주머니의 지갑이 두둑해진 국민들이 뒤에서 그를 밀기 때문이다.

 치솟던 주택 대출 금리를 집권 17개월 만에 6.7%로 푹 떨어뜨린 뒤 지금까지 1.35% 포인트 이상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도록 안정시킴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준 게 그였다. 게다가 주택경기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부를 10년 동안 거의 70% 정도 키워준 것도 그였고, 일자리가 없어 빌빌거리던 사람들에게 앞자리를 만들어주고 임금소득을 높여준 것도 그였다. 거대한 중국시장의 수요와 지속적인 경제개혁 등에 힘입어 호주 경제가 15년째 중단 없는 전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이 자랑거리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세력이었던 일부 노동자들까지 그의 편에 서게 했을 만큼 경제는 그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력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지난달 25일로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다. 각종 여론조사가 전해주는 지난 3년간의 국정운영 성적표는 한마디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가운데 낮은 점수를 받은 지적사항은 많다. 분열과 갈등의 심화가 꼽혔고 국민과의 의사소통 부족도 있고 이른바 코드인사화 함께 노 대통령의 언행도 지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성적표의 평균점수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분야’ 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 있다. 노 대통령이 올 들어 양극화 문제를 화두로 던진 것도 그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3년 전, 3김 시대의 종언(終焉)을 고하며 불운했지만 화려하게 등장한 서민 대통령 노무현을 보면서 우린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가는 곳마다 왕따당하고, 모욕당하고, 냉대 받았던 그가 ‘정의는 승리한다’ 는 진리를 바로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원칙을 바로 세운 신뢰사회,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취임사를 읽어내려 가는 그의 강한 어조에서 우린 그에게서 확실하게 새로운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난 한해 고위공직자 79%가 재산이 늘고, 이 중 1억 이상 증가한 고위 공직자도 26%에 이른다는 보도를 최근 접하면서 그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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