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0일(228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지급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우리 영암군도 이달 초 10명의 위원을 위촉해 놓고 지방의원 유급제에 따른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지난해 6월 도입 당시에도 열악한 지방재정의 현실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반면 넘게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해 말에야 자치단체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시행령을 예고했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자치단체는 농로포장이나 경로당 신축용으로 잡아놓은 예산을 전용해야 할 처지다. 주민복지와 지역개발 예산으로 의원 보수를 줄 수밖에 없는 형편에 이른 것이다. 물론 행정자치부는 각 자치단체가 지방재정·경제여건을 고려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 자율적으로 급여수준을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속 보이는 짓(?)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당초 명예직 신분의 지방의원들에게 유급제를 두기로 한 것도 문제려니와 의정비심의위원회 구성도 단체장과 의회의장이 각각 5인을 선정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과연 단체장과 의회의장이 선정한 위원들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기대를 해야 할 것인지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원칙과 기준은 누가봐도 그럴싸하다.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반영해 월정수당 지급금액을 결정하고 지역의 재정·경제여건 등 지역실정에 맞는 의정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그러나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함정은 위원 선정에 문제가 있다. 벌써부터 매달 500~600만원 가량의 월정급여가 들먹거리는데, 기초의원의 경우 연간 회기일수가 80일이므로 한달 평균 근무일수는 6.6일에 불과하다. 그마저 회기일수를 채우느라 주말과 공휴일을 억지로 끼워 넣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한달 내내 근무하는 5급 공무원 수준에 맞추겠다고 하니 정부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그동안 명예직 지방의원은 의정활동비·여비·회기수당 명목으로 도의원은 연간 3천 120만원을 받아왔다. 이 또한 당초 무보수 명예직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하물며 개인당 수백만원의 급여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게 됨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만약 기초의원의 경우 연봉 5천만원으로 추정하면 연간 5역여원의 혈세가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셈인데, 영암군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기준 14% 내외임을 감안할 때 이는 결코 적잖은 부담이다. 물론 전문성이 확보되어 의회의 감시기능이 강화되면 각종 예산낭비나 비리를 차단해 장기적으로는 비용 이상의 lgy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자치단체가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지방의원의 유급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위촉된 영암군 의정비심의위원들의 활동에 군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론을 도외시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위는 더 이상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또한 이를 용납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감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 하나 더 얹어준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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