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7일(22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昭而不漏).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말이다. 하늘이라는 그물(天網)은 넓고 넓어 (恢恢) 엉성한 것 같아도 빠져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우주 자연의 법칙은 엉성한 것 같지만 세상사 그 어떤 일도 하늘의 이치, 우주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자의 더덕경은 불과 5천자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오묘한 진리를 갖고 있다. 그동안‘3·1절 골프’ 파문으로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던 이해찬 국무총리가 급기야 지난 15일 사퇴했다. 이번 골프 파문은 공직자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이해찬 총리의 입장에서도 어떠한 사실관계를 떠나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오점으로 남겨지게 됐음은 물론이다. 민심은 거스를 순 없다.

도덕적·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계속 자리를 지키며 공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이젠 용납되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은 이런 점에서 일찍이 공직자가 갖춰야 할 정도(正道)를 설파했다. 그는 유배살이의 고통에도 나라를 건지고 백성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일에 더 심혈을 기울였던 인물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해내고자 망국의 그림자가 감지되던 나라, 썩고 병든 나라를 개혁하여 나라의 근본이 튼튼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온갖 방책을 담은 방대한 실학 관계 저서를 남겼다. 무려 232권에 이르는 방대한 그의 저서는 부패와 부정을 방지할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목민관들이 청렴한 공직자로 거듭 나도록 하는데 가장 큰 목표를 두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이들 중에는 능력이나 도덕성도 없으면서 시장·군수·의원을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더러 있다. 이런 부류들에 대해서도 다산은 일찍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비록 덕이 있으나 위엄이 없으면 직책을 수행할 수 없고, 비록 뜻이 있다 해도 밝지 못하면 행하지 못한다. 행할 수 없는 사람은 백성들이 피해를 당하고 괴로운 고통으로 길위에 쓰러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비난하고 귀신들이 책망하여 그 재앙이 후손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이런데도 시장이나 군수의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선출직은 모름지기 덕과 위엄이 높고 뜻이 고상하고 깨끗한 사람이어서 남이 추천하고 천거해서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런 사람이 당선돼야 하고, 자신이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출마하는 사람은 절대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산은 강조하고 있다. 정답은 역시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다. 못된 짓을 저질러 놓고 잔꾀를 내어 하늘의 눈을 벗어나려는 것은 소용없는 짓(天網恢恢 昭而不漏)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이는 비록 공직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닐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사는 부류들을 우린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러나 결코 그들의 말로(末路)가 좋지 않음을 우린 또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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