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7일(232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일선 행정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일까지도 찾아서 해야 합니다.” ‘고품격’ 치안서비스에 대한 홍영기 전남지방경찰청장의 철학이 담긴 이같은 말은 2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아 온 필자에게 아직도 깊은 감흥을 주고 있다. 부임후 첫 방문에 나선 홍 청장은 지난달 31일 영암경찰서 회의실에서 가진 시책보고회의 자리에서 “물 먹고 싶은 사람에게 떡을 주면, 오히려 더 고통스런 일이 아니겠느냐” 며 치안서비스에 대한 경찰공무원의 복무 자세를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거센 변화의 바람속에 살고 있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게 공직사회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철밥통’ 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중 경찰공무원들의 변신도 예외는 아니다. 전남지방경철청장이 일선 경찰서를 방문해 치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은 변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어 퍽이나 다행스러웠다.

각급 기관·단체와 언론계, 경찰 유관기관·주민대표 등이 초청되고 경찰서장은 물론 하위직까지 자리를 함께 한 이날의 ‘치안시책보고회’ 는 민의(民意)에 바탕을 둔 치안행정이 최우선임을 확인해주었다. 과거 공급자 위주의 일방통행식 치안행정이 상호 교감하고 협조를 얻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매우 고무적이었다. 올해 영암경찰이 추진할 치안시책을 지방청장이 배석하는 자리에서 주민대표에게 보고하고 다짐하는 자리로, 건의사항이 있으면 적극 시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경찰업무의 실적평가에 대한 폐해도 지적이 됐다. 근무평점이 실적위주로 가다보면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편을 안겨주게 되고 강·절도의 예방에도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위주의 치안행정이 중요하고 경찰공무원들의 개인별 업적평가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동안 수사권 조정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공방을 벌여온 터이지만, 결국은 국민의 인권이 최우선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사 환경을 개선하고 피의자의 인권보호와 원스톱 민원처리 등은 모두다 국민의 인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요즘에는 많은 이미지가 개선됐지만, 예전에는 ‘경찰’ 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일제 강점기 순사의 나쁜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지만, 업무의 특성 때문에도 그랬다. 이러한 불명예스런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리기 위해선 경찰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부기관에서 아무리 혁신을 주창하고 교육에 나선다고 해도 현장에 투입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선에서 손발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역민들의 입살에 오르내리는 영암경찰서 일부 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는 국법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치안질서유지 중심적인 경찰행정이었다면, 지금은 봉사와 서비스 비중을 훨씬 더 높게 둬야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에게 명령·강제하는 권력적 수단에 의한 경찰활동 행태는 이제 용납될 수 없는 과거의 유산이다. 우리 경찰이 그런 과거의 유산을 털어 내고 영국이나 일본 경찰처럼 진정으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조건 없는 친절·봉사와 최상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곧 경찰조직의 힘이고, 수사권 조정 따위도 그런 힘이 실릴 때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홍영기 전남지방청장의 이번 나들이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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