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8일 (23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하늘이 뿌옇다. 그냥 뿌연 것이 아니라 아예 샛노랗다. 황사(黃砂) 때문이다. 4월 들어 널뛰기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봄철이면 중국 대륙이 우리에게 누는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시야를 가려 교통장애를 일으키고 호흡기 질환을 유발시키며 우리 주변을 온통 오염에 찌들게 하는 황사. 이같은 황사현상은 마치 요즘 우리의 정치판을 보는 듯하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혼탁한 정치판은 도를 더해간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면서 구태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공천장을 내밀었다가 탈락한 후보들은 뭔가 모를 알쏭달쏭한 말로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마치 무슨 큰 비리나 있는 양 위협적이다. 후보자들간 상대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정치판의 추한 모습은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그러더니 급기야 민주당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당 사무총장이 공천대가로 4억원의 현금을 차에 싣고 가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당하는 추한 꼴을 당했다.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선거일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 두고서다. 설마하며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던 유권자들도 ‘시한폭탄’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뒤늦게야 ‘특별당비’라고 우겨대는 꼴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라면 통장거래를 하던지 당사에서 영수증을 주고받으며 누가 봐도 떳떳하게 이뤄졌어야 할 일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4억원이 든 사과상자 2개가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각됐다. 그것도 3선 경력의 국회의원이 시장 공천을 겨냥해서 말이다. 다시말해 공천대가의 ‘더러운 돈’ 이 은밀한 장소에서 사과상자에 현금으로 전달된 것이다.

이에 익산지역 사과재배 농가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익산사과’ 상자에 더러운 돈이 전달되어 이미지를 망쳐놓느냐는 것이다. 엊그제 조배숙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영암을 방문해서 한 말이다.l 한나라당도 거물급 인사들이 공천비리 혐의로 정치생명이 끊길 위기에 있다. 김덕룡 의원과 박성범 의원이 바로 그들이다. 김 의원은 5선 관록에 한나라당의 차기 당대표 물망에 오르는 간판급 원로 정치인이다. 박 의원은 유명여성앵커를 부인으로 맞아 그의 내조에 힘입어 서울 종로구에서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정대철을 무너뜨리고 서울시당위원장의 요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야말로 당내에서는 맏형으로 후배 의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을 받아야 할 인물들이다. 하물며 오히려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됐으니 안타까울뿐이다. 그마저 도마뱀 꼬리 자르듯 소속당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으니 당한 입장에서는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하지만 당 차원에서는 어차피 외부에 알려질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까지 생각한다면, 도마뱀의 꼬리는 빨리 처치할수록 좋았으리라는 판단을 했을 법 하다. 그동안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汚名)에 ‘공천장사’ 까지 덧칠된 한나라당의 모습은 당지도부에선 상상할수 없었으리라. 이를 두고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했던가. 여하튼 선거철이면 공천을 받기 위해 돈 보따리를 싸들고 공천권을 가진 당내 실력자를 찾아가는 것은 과거 우리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라졌다고 믿었던 공천장사가 여전히 기승을 떨고 있는 현실은 우리 정치인들의 수준이 아직도 후진국형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글픈 현실이다. 황사는 걷혔지만 서글픈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서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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