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2일(237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반포지효(反哺之孝). 이밀(李密:224~287)의 ‘진정표(陳情表)’ 에 나오는 말이다. 이밀은 진(晉) 무제(武帝)가 자신에게 높은 관직을 내리지만 늙으신 할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관직을 사양한다. 무제는 이밀의 관직 사양을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심정이라고 크게 화내면서 서릿발 같은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이밀은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만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烏鳥私情, 願乞終養)” 라고 했다. 까치나 까마귀에 대한 인식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거의 같다. 보통 까치는 길조, 까마귀는 흉조라고 인식한다. 까마귀는 음침한 울음소리와 검은 색깔로 멀리 하는 새이며, 좋지 않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까마귀는 사체를 먹는 불결한 속성이 있어 까마귀 밥이 되었다고 하면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까마귀는 불길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인간이 반드시 본받아야 하며, 간과할 수 없는 습성도 있다. 명(明)나라 말기의 박물학자 이시진(李時珍: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까마위의 습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까마귀를 자오(慈烏:인자한 까마귀) 또는 반포조(反哺鳥)라 한다. 곧 까마귀가 어미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하는데, 이는 극진한 효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반포지효는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뜻한다. 제 34회 어버이날을 맞은 지난 8일에는 병석의 104세 아버지를 수발하는 72세 총각아들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부모가 자식에게 10개를 베풀었을 때 자식이 1개라도 부모에게 해드리면 효자라는 옛말이 있잖아요. 아버님이 해준 것에 비하면 제가 하는 것은 효도라고 할 것도 없어요.” 효자라는 칭호가 부끄럽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한 민정기(72)씨의 얘기는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르는 각박한 세상에 심금을 울려준다.

그는 32살에 어머니를 여윈 뒤 40년 동안 줄곧 아버지 민병욱(104)옹을 봉양해 온 효자로 미혼의 노총각. 2004년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다 뇌졸중 증세로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던 그는 이틀 만에 퇴원해 한해 전 노환으로 쓰러지신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키며 극진히 간병해온 효자다. 그는 아버지 이외에 주위에 사는 저소득 노인에게도 경로잔치를 벌이고 명절 때마다 경로당에 쌀을 보내는 등 남다른 효성을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우리 영암에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러 곳에서 경로위안잔치를 개최하는 등 효행을 펴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가는 현실에서 이 같은 효행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각급 사회단체와 마을의 부녀회·청년회 그리고 독지가들이 숨어서 펼치는 효(孝) 운동이 넘쳐날수록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는 영암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초파일을 앞두고 영암의 발전과 군민화합을 기원하는 연등축제가 있었지만, 길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연등이 세상을 밝게 비추듯이 양보과 상생의 미덕이 우리 영암사회에 불같이 번질 것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