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일(240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이제 선거는 끝났다. 어쩌면 선거공해(?)에 시달렸을 법한 지역민들에겐 홀가분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이번 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중앙정치에 휘둘린 지방선거의 혜해는 아무짝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광역의 경우는 몰라도 기초자치단체의 선거는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로울 게 없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는 과거 ‘패거리’ 정치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국회의원들의 자기보호 장치에 불과할 따름이다. 군수·군의원의 ‘고리’를 통한 조직의 장악은 곧 자기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패거리 정치를 청산하자고, 그래서 정치개혁을 이루자고 외쳐대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들이 고작 했다는 게 지역민들의 민심을 더욱 갈래갈래 찢어놓고 있다. 격전지로서 어느 지역보다 관심도가 높았던 우리 영암에도 이번 선거기간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염동연 사무총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이낙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서 대거 지원유세에 나섰고, 선거 당사자인 박준영 전남지사와 부인 최수복 여사가 그들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고향인 영암에서 총력전을 폈다. 자신의 득표활동보다는 소속 정당후보들의 당선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치 중앙 정치부대가 지방에 옮겨놓은 꼴이 됐다. 민심을 자극하며 표 얻는데 혈안이 된 정치인들의 모습은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쳐대는 모습들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까지 했다. 과연 기초자치단체의 살림을 꾸리는 지방선거에 중앙 정치인들이 활보하고 나설 이유가 무엇인가. 지역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당장 생계 걱정이 앞서는 판에 말이다. 농업이 쇠퇴일로에 치달으면서 지역경제는 엉망인데도 정치인들의 말잔치에 놀아나는 것은 진정, 지방선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결국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서 그들의 대리전이 되고 있는 지방선거는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선거 때 총력지원을 받은 만큼 그에 합당한 보은(報恩)행사를 치러야 할 것 아닌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이 될 거고 말이다. 바쁜 농사철, 선거에 휩쓸려 일은 제대로 못하고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민심은 결코 지방선거의 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축제의 장으로 승화되어야 할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인들에 휘둘려 인심마저 흉흉한 꼴은 곧바로 청산돼야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씻어내는 일이다. 중앙정치에 휘둘린 지방선거도 문제이지만, 우리 동네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과열된 선거로 인해 빚어진 선거운동원간, 주민들간 분열과 갈등의 봉합은 당선자가 적극 나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본선을 치르는 동안 쌓인 앙금은 물론, 경선과정에서 빚어졌던 갈등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생업에 매진해야 한다. 또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들은 초심(初審)을 잃지 않고 지역발전에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 더불어 말만 앞세운 당선자들은 앞으로 설 땅이 없도록 하는 일도 유권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번 5·31지방선거를 통해 우리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교훈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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