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9일 (241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월드컵’ 열기가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온 지구촌을 달구게 될 6월 한달은 그래서 밤잠을 설쳐대는 날이 많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4강 신화를 일궈낸 덕에 이번 월드컵 축구잔치에도 국민들의 기대가 대단하다. 일단의 빨간색 티셔츠의 무리만 보아도 지난 월드컵대회 때 느꼈던 진한 감동이 다시 전해지기도 한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때의 명장면들은 생활고에 찌든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 그러나 지금 그와 같은 설렘과 기대속에 지구의 또 다른 한쪽에선 농민들의 주리를 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른바 한미 FTA 1차 본협상이 지난 5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번 협상은 2차 본협상의 기초자료를 산출하기 위한 것으로 양국간 치열한 신경전과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미국의 안대로 협상이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농업생산이 2조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농촌 경제연구원의 보고다. 그나마 이것도 쌀을 제외했을 경우이고, 쌀을 포함하면 전체 농업의 40%까지 고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남도도 DDA협상과 한미FTA가 대책없이 추진될 경우 농업 문야에서만 매년 4천여억원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쌀만은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WTO협상 등으로 이미 세계 각국에서 수입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협상을 통해 개방한다면 농촌붕괴는 물론 국제분쟁마저 예상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농업보호대책 없이 최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국내 가격보다 무려 5배나 저렴한 미국산 쌀이 밀려들어와 국내 농업기반이 완전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미국의 농업인 1인당 경작면적은 120ha로 한국의 90배가 넘고 쌀 80kg 한 가마당 가격도 3만 3천원으로 5배 이상 낮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의 반발은 물론 전남도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 1차 본협상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농업의존도가 큰 전남지역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주농민회 소속 등 농민단체 대표들은 현지에서 원정시위를 벌이며 이미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진 농민들을 이중 삼중으로 죽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즉각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남도에서는 정부에 우선 쌀은 협상대상 품목에서 제외시키고 경쟁력과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축산물, 과일, 가공식품 등 민간품목은 최소 15년 이상 이행기간을 확보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수용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동안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면 고통을 감수해왔던 농민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끝내기도 전에 또다시 국익을 앞세운 나머지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월드컵에 모두가 혼이 나간 사이 농민들의 목줄이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콱 막힐 정도로 조여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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