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23일 (243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지난 13일 마한문화공원이 준공되던 날, 한 출향인의 노(老) 학자(學者)는 남다른 감회에 젖어 있었다. 그 감회는 가슴 벅참과 서운함이 함께 교차하는 것이었다. 그에 있어서 마한문화공원의 준공은 그 누구보다 특별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허허벌판에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섰지만, 그동안 줄곧 주장해오고 연구·노력해온 자신의 일부 과제물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 가슴 한쪽 끝이 뭉클해짐을 느낀 반면, 준공행사에 함께 참여, 축하를 해야 할 인사들이 배제된 채 잔치를 벌이는 모습에서 일종의 비애감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초청장도 받아보지 못하고 낯 뜨겁게 준공식 참석을 강행했던 본인으로선 만감이 교차했겠지만,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고 그 유산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한층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그에게 형식적인 격식 따위는 그리 중요치 않았으리라.

그는 학자 출신이지만, 그동안 정계에 몸담아 왔고 앞으로도 정계 진출을 배제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가 역사·문화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지역발전에 남다른 정열을 쏟고 있음을 본다. 혹자는 그의 이 같은 활동에 대해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 그 주변의 구성원들이 과거 정치적 동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심 없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인들이야 노선을 달리하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에서 마저 단체장 또는 그 윗선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공무처리를 한다는 것은 지역발전 차원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또는 ‘문화전쟁의 시대’ 라고도 한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임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 말이다. 이에 세계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국가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예외일 순 없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이미 지역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주 5일제 근무가 보편화 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문화는 관광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때문에 각 지자체는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꾸미고 있을 정도다. 하물며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設)이다. 우리 영암군도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지역출신 교수·학자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갖고 있는 것도 모두 그 일환이다.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암출신 석학들을 지역발전에 활용하고자 하는 구상은 매우 바람직스런 일이다. 따라서 누굴 막론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라면 천리 밖의 사람이라도 모셔와 싱크탱크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잔칫날, 정작 초청돼야 할 인물들이 빠지고 감사패는 공사 관계자가 받아야 하며 경과보고에서 마저 일부 기록들이 누락되는 우(愚)를 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욕심 많은 공무원이라면, 단순히 요식적인 행사로 끝낼 일도 아니다. 모처럼 어려운 시간을 내어 초청자들을 불러 모았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구하는 시간을 마련했더라면 준공식의 의미는 물론이려니와 공무원의 재치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 혹여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발전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터이지만 열린 마음, 열린 자세로 긴 안목의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