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7일 (245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며칠 전, 집안의 아재뻘인 노(老) 교수님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창간 기념일을 앞두고 보내주신 값진 선물이었다. 「潼關砥柱」(동관지주)라는 글귀의 휘호(揮毫)였다. 한학자이신 노교수님께 그 의미를 물으니, 이렇게 일러주신다. “중국 땅 복판을 흐르는 황하는 중류지점인 장안 옆의 동관에 이를 때까지 격류이지만, 이곳에서 동쪽으로 꺾여 화북평원을 흘러 들어갈 때는 수세가 완만해져 천천히 흐르게 된다. 그것은 동관 근처 격류 속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 때문이다. 그 바위의 기상과 모습을 말할 때 「중류의 지주」라고 말한다. 시류에 딸 곡학아세(曲學阿世:그릇된 학문을 하여 세속에 아부함) 하지 않고 신념대로 살아가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이나 그런 사람을 두고 비유해서 말할 때 쓰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지조와 절개를 꿋꿋하게 지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언론인으로서 정도를 걷고 그 사명을 다해 줄 것을 거듭 강조하셨다. 돌이켜 보면, 단숨에 줄달음쳐 온 지난5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또한 순탄한 세월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시험기간」의 세월이었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성원해준 수많은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 일간지가 난립한 광주·전남의 특수상황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앙지의 횡포 속에서 「지역신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지역경제의 척박한 토양에서 「지역신문」의 생존여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언제 나타났다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신문들이 그러한 사례다. 우리 영암에서도 이미 한 두차례 경함한 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견제와 비록 푸대접은 아닐지라도 무대접 속에서도 애써 여유를 찾아야 하는 아픔도 없지 않았다. 비난받아 마땅할 공무원이 비판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테러 위협을 공공연하게 흘리는 황당한 일도 감수해야 했다. 기자 사회에서는 「주간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왕따를 당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마저 무시를 당하고, 거리를 두고 만나야 했던 말 못할 아픔도 아직 내 가슴엔 진한 슬픔으로 남아있다. 적자생존의 논리가 깔린 조직적인 「과잉처신」에서 나온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가급적 피해가는 친구들을 위해서도 나 스스로 멀어져야 했던 아픈 기억도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과연 이런 풍토가 대한민국 어디에 또 있을까. 영암에서나 있을 법한 「조폭문화」가 아니고서야···.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보는 「편가르기」식 행태가 빚어낸 결과이리라. 어찌됐든 간난(艱難)의 세월 속에서도 독자의 곁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기사 한 토막을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그 배경이 무엇인지부터 찾는 공무원들의 덜 성숙된 언론관을 지켜보면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사이비 기자들 때문에 얻어진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시대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지역살림을 꾸리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소금과 빛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에 앞서 독자들도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해 줬으면 한다. 또한 비판을 당하는 공무원들도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아량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선배로부터 『이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으니 적을 사지 말라』는 점잖은 충고도 받았지만, 난 동의 할 수 없다. 「지역신문」이라는 한계도 없진 않지만,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선 사사로운 감정이 앞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고독한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창간 5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潼關砥柱」의 값진 의미를 다시한번 새기면서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한다. 그리고 계속적인 채찍과 성원도 함께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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