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1일(247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유교의 대표 경전인 ‘주역’ 의 첫 장에 나오는 명언이다. 선행을 쌓으면 반드시 집안에 경사가 찾아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 미국의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재산의 대부분인 370억 달러(약 35조 4천 400억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키로 해 화제가 됐었다. 이는 역대 기부액 사상 최대의 규모로 버핏 회장의 총재산 440억 달러 가운데 85%에 이른다고 한다.

세게 제 2위의 부자가 평생 모은 재산을 거의 모두 자선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밝혀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버핏 회장은 자녀가 운영하는 자선단체가 3개씩이나 있고 작고한 아내를 기리려고 만든 자신의 재단도 있으나 이들 단체에는 조금씩만 주고 전체 기부액의 83%인 300여역 달러를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의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로 해 더 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버핏 회장의 아름다운 소식은 세계 최고 갑부로 군림하고 있는 빌 게이츠 회장이 얼마 전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며 2년 후 조기은퇴를 선언한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우리를 다시한번 놀라게 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 역시 500억 달러의 재산 중 1천만 달러만 가족 몫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버핏 회장과 게이츠 회장은 거의 한 세대의 나이 차이에도 각별한 친구 사이로 지내왔고 그러한 우정과 신뢰가 “내 가족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을 확대하기보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이미 보편화된 서구사회의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진정한 부자들’ 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우정’은 세계 모든 사람의 뇌리에 오랫동안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을 접할수록 우리의 기부문화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더해준다. 지난달, 6·25특집으로 마련한 본지의 연보리 양민학살사건과 관련, 위령비 건립기금 모금에 나선지 3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참여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을 보고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여해주신 분들도 고작 금정면에 적을 둔 출향인 정도에 그치고 있으니 말이다.

모금에 앞서 취지를 밝혔지만, 누가 누구를 탓하자는 것도 아니고 전 군민들이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제대로 알고 서로 용서와 화해를 통해 구천에 떠도는 원혼을 달래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모금액수의 크고 적음을 떠나 전 군민들이 서로 시대적 아픔을 함께 하는 뜻에서 위령비 건립기금 모금에 나선 것이 그 배경이다. 물론 연보리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개인적인 희생이 잇따랐고 말 못할 사연들도 많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부문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비단 이번 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교묘히 여론몰이에 나서 상대방을 궁지에 빠뜨리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해 버리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배타적인 문화가 지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지역발전이 더딘 이유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갑부(甲富)인 빌 게이츠와 을부(乙富)인 버핏 회장이 기부에 차례로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기부는 결코 있는 자만의 전유물이 아닐 것 이라는 생각을 새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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