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5일(251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8월 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엊그제였는데도 뭐가 그리 서운한지 8월 막바지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해지역에선 폭염까지 겹쳐 복구 작업을 더욱 버겁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럼에도 나랏일을 들여다보면 국민들을 더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를 비롯 교육부총리·법무장관·문화관광부차관의 경질을 둘러싼 정치권의 잇따른 갈등 등 8월 정국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다.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국민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산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에게 4대 의무를 지우는 것 못지않게 국민에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 곳곳을 파고들고 있는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정치권의 개입설이

또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가 바다이야기 관련 업체에서 한때 근무했던 사실도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마치 8월 정국이 의혹의 ‘바다’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언론은 ‘바다이야기’ 의혹으로 지면을 온통 도배하고 정국은 ‘바다이야기’ 격랑으로 허우적대고 있다. 여권실세 개입설에서부터 상품권업체의 국회로비 주장 등 ‘바다이야기’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러다 ‘도박 게이트’로 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살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실정에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쌀값파동이 예상된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터에, 이번엔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러우니 한숨이 절로 난다. 참고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5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실린 분석기사에서 전 세계가 수요증가와 생산 감소에 맞물려 유례없는 쌀값폭등 사태에 직면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쌀농사가 기록적인 풍작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비 급등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전 세계 30억 명이 이로 인한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어쨌든 먹고살기에 바쁜 농민들은 도대체 ‘바다이야기’ 가 무슨 이야기인 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다. 사행성 도박과 거리가 먼 농촌사람들은 ‘바다이야기’ 가 무슨 여름철 유가 이야기냐며 묻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인오락물 ‘바다이야기’ 와 상품권 발행업체 의혹이 확산되면서 연일 언론 머리기사를 장식하자 농촌 사람들에게도 사태의 전말을 듣고 분노하고 있다. 작년 8월 이후 1년간 상품권만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발행됐고, 시판에 나선지 불과 2년여 만에 무려 4만 5천대나 팔려나가면서 선량한 국민을 사행성 오락기 앞으로 내몰고 있는 ‘바다이야기’ 및 관련 상품권 유통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제 명쾌하게 밝혀낼 때다. 농촌 사람들은 이제 너무 지쳐있다. 서울에 사는 부자들의 ‘아우성’ (?)도 먼 나라의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정치권의 끝없는 정쟁은 삶의 무게에 억눌린 농촌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우리의 후손들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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