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일 588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심신지려(心信之旅).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내건 국빈방문 슬로건이다. 고사에 나오는 말이 아니고, 요즘 중국인들이 쓰는 신조어다. 직역하면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중국과 마음을 터놓고 신뢰를 쌓아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새 지도부와 만리장성 쌓기에 나선 것이다. 격세지감이랄까. 그리 멀게만 느껴졌던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어느 사이 가까운 우리의 이웃으로 화해와 협력의 동반자로 다가왔다. 이번 국빈방문에 대한 중국 당국의 예우도 극히 이례적이라 할 만큼 각별했던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여준 극진한 예우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수 싸이가 보여준 ‘한류열풍’은 어떠했는가.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히트를 친 싸이는 유투브 조회수 1억8천만건을 넘기며 전 세계인을 말춤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제는 유럽에서 한국가수 콘서트가 매진을 하고 많은 외국인들이 콘서트 현장에서 노래가사를 따라 부르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한류의 열풍을 실감할 수가 있다. 이 모두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경제의 눈부신 쾌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세계는 지금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정이나 시책발표도 중요하지만 중국 총리의 말 한마디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은행(FRB) 이사회 의장의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동네 할인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박 한 통의 가격이나 배추 반포기, 계란 한 판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국제농산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두나 옥수수의 가격에 더 신경써야 할 때가 됐다. 비록 농촌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시야를 넓혀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옹사가 가격파동에 휩쓸리지 않고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도 이젠 많은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관선시대를 거쳐 민선5기를 지나온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문화관광’중심지를 표방하며 관광 기반시설 구축에도 타 시군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은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아쉬운 건 글로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정신적 자세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꼼수를 버리고 전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그만 자신의 성취욕보다 사회구성원 전체가 즐거워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에 사회적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갈등과 반목으로 물든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소통’과 ‘공존’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둘러싸고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갈등은 좀처럼 치유되지 못한 채 분열만 가열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조직을 동원한 편가르기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민들의 반목과 그로 인한 지역분열의 배후에 지방선거에 나설 입지자와 정치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정치적 욕망을 위해 지역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민의를 왜곡하고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을 갈래갈래 분열시키고 과연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가 ‘편 가르기’에 오염돼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을 혁파하지 못하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지역을 분열시키는 정치인과 그 추종세력을 표로 심판해 지방자치 무대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그 대열에 우리신문도 함께 할 것이다. 심신지려의 자세로 영암을 사랑하는 독자와 믿음의 여정을 뚜벅뚜벅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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