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7일(제114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우리 집 앞에 쓰레기가 쌓여가고, 아무렇게나 널 부러진 쓰레기 더미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면 어떨까.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당장 내년부터 우리 영암에 그런 곳이 생겨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 동안 사용해왔던 매립장이 포화사애에 이른데다 새로 설치하고자 한 폐기물종합처리장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단 한 발짝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또 다른 복병(伏兵)을 만났다. 주민 반대도 반대이지만 새로 설치하고자 한 폐기물종합처리장 부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시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내용인즉 토지개발공사가 당초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국방부에 요구했다가 방호벽 등 차폐시설을 보완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영암군에 조건부로 폐기물 부지를 매각했다. 지난해 토지개발공사로부터 57억9천만원에 6만2천평의 폐기물 부지를 매입키로 하고 5억여원의 계약금을 지불한 뒤 계약까지 마친 영암군은 올해 목포지역 해역방어사령부에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협의 요청을 했다. 그런데 뒤늦게 국방부가 불가통보를 내린 것이다. 유관기관간 업무차질로 영암군이 놀아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계획 설계까지 마친 영암군은 설계용역비 등 이미 집행된 7억여원의 예산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있다. 이에 앞서 영암군은 궁여지책으로 각 읍·면에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한곳 이상씩 선정, 보고토록 긴급 시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부지를 물색, 보고하도록 조치했으나 주민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성한 삼호읍 한 곳을 제외하곤 전무한 상태다. 궁지에 몰린 영암군은 또 다른 방책으로 삼호읍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현 망산 쓰레기 매립장에 2억여원을 들여 소각로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불에 태울 수 있는 쓰레기는 소각로에서 분리 처리토록 함으로써 쓰레기 매립량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포화상태에 달한 현 매립장을 연장 사용하기 위해 고육지책에서 나온 방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당초 2년만 사용키로 한 매립장을 연장 사용했음에도 소각로를 추가 설치하려는 의도를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암읍이 관리하는 쓰레기 소각로도 인근 주민들이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초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폐기물종합처리장 공모에 나서기까지 했던 영암군은 이제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함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게다.

보통 ‘혐오시설’로 불리는 이런 시설에 대한 거부 사유는 주민들도 스스로 인정하듯이 “집값 폭락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의 발생으로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공원묘지 근처에 있는 집이 일반 주택에 비해 값이 더 비싸지만 한국의 사정은 딴판이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 지역개발에 나서고 최첨단 시설로 가장 위생적인 시설을 갖춘다고 설득해보지만 막무가내다. “내 집 앞엔 절대 안된다는 ‘님비현상’탓이다. 결국 이 집단이기주의는 지역개발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임이 뻔하다. 결국 이 집단이기주의는 지역개발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임이 뻔하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쓰레기는 나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통된 문제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져 있는데도 누구하나 관심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는 듯 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쓰레기 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군민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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