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2일(제119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영암군의 새해 예산안이 군의회에 넘겨졌다. 영암군의 내년도 살림 규모는 올해보다 1% 증액된 1천 671억원으로 재정자립도는 14.5%를 나타내고 있다. 군단위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영암군의 재정도 여전히 중앙정부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절름발이식 지방자치제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이다뭐다 해서 구체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풀어가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정에서도 각 자치단제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나 짜임새 있는 살림살이 운영은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암군과 인접해 있는 보성군의 사례는 타 자치단체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녹차로 유명한 보성군은 올해 상반기 3백71만병의 관광객이 다녀가 전남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말 그대로 ‘녹차밭이 지천’인 보성에서는 지난해 녹차로 벌어들인 돈만 1천1백8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1998년 7월 문을 연 해수 녹차탕은 개장 4년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이용객수가 이미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보성군의 해수 녹차탕은 군의 재정수입을 늘리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수 녹차탕 이용객이 꾸준히 늘면서 매년 15~16억원의 운영수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지방자치단체 경영 사업평가에서 수익성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입지여건이 좋은 점도 있지만 군이 수익금을 시설에 재투자해 명소로 가꿨기 때문이다. 보성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5일 근무제 등으로 관광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 전시공연장과 숙박시설 등을 갖춘 차소리 문화공원과 해수풀장, 스포츠센터, 어린이놀이시설, 가족호텔 등을 갖춘 해수녹차휴양타운을 2005년까지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영수익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보성군의 행정은 여러 자치단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특화된 전략은 개방화 물결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역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암군에서 내놓은 내년도 살림살이를 보면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적은 예산을 쪼개 쓰다보면 많은 제약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으로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도모하는 게 행정의 묘(妙)가 아니겠는가.

특히 지금 농촌은 WTO농업협상·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 등 개방의 파고가 밀려들면서 농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화 물결은 농민들의 설 자리를 차츰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군민소득 증대에 역점을 둔 예산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불요불급한 경비와 경상적 경비를 최대한 절약하여 건전재정 운영에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암군의회도 내년도 군민을 위해 쓰여질 예산안을 심의·확정짓는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회기를 맞고 있다. 군의 미래를 결정 짓는다는 점에서 예산안 심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집행부에서도 빈약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심의기관인 의회가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큰 사명을 갖고 있는 만큼 혹여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군민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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