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6일(제121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영암을 세계의 ‘氣 문화 메카’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 영암군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엊그제 영암출신 교수 등 석학들을 초청한 가운데 가진 세미나는 영암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기 콘텐츠 기본계획안을 보면 천황사 지구에서 왕인박사 유적지까지 황토를 이용한 도보전용의 기 순환도로 12km를 개설하고, 차문화 센터와 기문화 센터를 각각 세워 다도연구원, 다도박물관, 다도교실, 차 건조공장을 짓는 한편 기과학연구소, 체력단련장, 기수련원, 연수원, 펜션 등을 유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 우리 영암은 21세기의 한반도 남단의 내륙 관광명소로 발전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흡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전형적인 농업군으로서 미맥위주의 쌀 농사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민들은 농업의 쇠락과 함께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그동안 소득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염원하고 갈망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영암군이 모색하고 있는 기 콘텐츠 구축사업은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시대흐름에 비춰 볼 때 기(氣)를 테마로 한 발상은 문자 그대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월출산과 기를 접목한 발상 자체도 오로지 영암만이 갖는 독특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영암군이 사용해왔던 월출산 정기, 낭주골, 왕인의 고장, 인걸의 고장, 풍수지리의 본향, 가야금 산조의 고장 등 다양한 지역브랜드를 통합해 ‘氣@Yeong-am’으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세미나에서도 지적된 사안이지만 기(氣)라는 개념이 극히 추상적이어서 신비주의나 형이상학적으로 흐르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실패의 소지도 있다. 부연하자면 대단한 위험요소를 갖고 있어 상당한 모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더구나 이 사업을 위해서는 700억원대가 넘는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할 형편이다. 막대한 재원조달도 문제려니와 사업성패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에서 성급하게 판단할 사안은 아니지만 너무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전략과 기획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영암군은 이번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3개월만에 해치우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실무자가 실토한 사실이지만, 어쩌면 영암의 사활이 걸린 사안을 두고 전혀 영암을 모르는 사람들이 월출산 주변을 돌아다니며, 3개월만에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 한가지 지적하자면 이번 세미나가 시간에 쫓겨 충분한 토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에 그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문가 그룹의 지명토론자와 영암출신 석학들을 초청해놓고 정작 토론과 질의응답이 충분치 못했던 점은 작품이 아무리 걸작이라도 졸속에 그칠 공산이 많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기 콘텐츠 구축사업은 영암의 새로운 활로모색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너무 서두르지 않나 하는 노파심에서 드리는 고언(苦言)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