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9(제123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세상이 부조리한 것으로 가득찼다고 생각하게 되면 우선 의욕을 잃게 된다. 까뮈는 소설 ‘이방인’을 통해 현대 부조리의 전형을 그려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 여자와 밤을 지내고, 친구와 말다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살해한다. 그는 살인의 동기를 ‘태양’때문이었다고 판사 앞에서 대답한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면서 뫼르소는 세상이 한 인간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느끼게 되고 그것은 또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무관심과도 일치한다고 여기며 행복을 느낀다. 까뮈는 이처럼 뫼르소를 통해 윤리에 대한 일관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특징을 그렸다. 선악의 구별이 모호해질 때마다 사람들은 대체로 ‘하늘은 과연 누구편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전한시대 사학자 사마천도 일찍이 이점에 대해서는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착한 사람이었음에도 굶어죽은 것을 한탄했다. 공자의 어진 제자 안연(顔淵)이 먹은 게 부실하여 젊어서 죽었음을 안타까와했다.

반면에 사람의 간을 회쳐서 먹은 도적 도척은 천수를 누린 것에 대해 천도(天道)의 맹랑함을 지적했다. 지난해 말 청년 일자리가 12년사이 12만개나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동부는 임금구조 기본 통계조사 결과를 통해 전년도 말 30세 미만 근로자가 지난 90년 208만3천888명보다 12만5천557명 줄어든 195만8천331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가 467만3천237명에서 643만7천680명으로 176만4천443명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청년층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30대 근로자 수 증가율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근로자 수 증가율은 47.3%로 60대 이상 352.3%, 50대 101.4%, 40대 93.7% 등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38선(38세 퇴출)’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청년실업은 단순히 돈을 못 버는 경제적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낳는다. 신용불량자 증가와 범죄율 상승의 우려를 낳고,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젊은이들이 한번 사회 진입 시기를 놓치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고, 평생을 ‘아웃사이더(이방인)’로 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 나라보다 먼저 청년실업 문제를 겪은 나라들을 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일본은 2002년 한햇동안 실업·부채·생활고 등으로 자살한 사람이 6천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은 통계조사를 통해 미국 내에서 실업률이 1% 증가하면 9천920명이 자살하고 650명이 살인을 하며, 500명이 심장 및 신장병으로 숨을 거두는 등 총 3만7천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했다. 또 기업과 가계파산 영향으로 4천명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3천300명이 강도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간다고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사이 20대 신용불량자는 79%가 증가해,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세(43%)에 비해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자살도 크게 늘고 있다. 91년 한 해 자살한 사람의 수는 6천593명이었지만, 2001년 한 해 자살자는 1만3천55명으로 10년만에 두 배가 됐다. 하루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처럼 청년실업 문제는 경제성장의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갖춘다는 면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올해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새해엔 그 어느곳에도 ‘이방인’ 없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