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6일(제124호)

▲ 본사 대표이사 발행인

“나는 액세사리였다.”

얼마전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이 대선후보를 수행하면서 일종의 액세서리 역할을 했다고 고백했다. 40대 초반의 오의원은 또 “그 동안을 반성한다”며 4·15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잘나가던터라 그의 선언은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날 발언으로 당내외에 적잖은 충격을 준 오의원은 이어당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며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그는 “초선의원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괄목상대할만한 큰 변화”라며 “하지만 이 정도 변화의 속도로는 국민의 변화와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오의원은 그동안 청년 몫 상임운영위원으로 당의 최고집행기구인 이 회의참석을 끝으로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장파 리더였던 오희원의 불출마 선언은 오히려 그를 인기반열에 올려 놓았다. 인터넷 인기검색어 3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지지자 2만여명이 역시 인터넷을 통해 ‘오풍(吳風)을 일으키자’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 영향 탓인지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요즘 정치권에 인물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19명,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각 2명씩 모두 23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중 6선 2명, 5선 3명, 4선 5명, 3선 3명, 재선 4명, 초선 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령별로는 70대 8명, 60대 11명, 50대 3명, 40대 1명이다. 또 지역별로는 서울 2명, 부산 3명, 대구2명, 강원 1명, 충북 1명, 충남 2명, 경북 4명, 경남 3명, 제주 1명, 전국구 4명으로 나타났다.

유독 호남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른바 ‘물갈이’로 일컬어지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퇴진과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총선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한나라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스스로 “후진들이게 길을 터주기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예년의 물갈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또 이처럼 불출마선언을 한 의원의 숫자도 벌써 20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이어서 이를 rPRL로 정치권에 멋진 ‘퇴장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물론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 가운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여러 가지 정황상 재선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죽을 때까지 국회의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심지어 자식에게까지 지역구 대물림을 하는 우리 정치풍토에서 물러날 때를 스스로 선택한 이들의 모습은 돋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유권자의 선택은 아랑곳하지 않고 확실한 줄을 잡기 위해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하루아침에 변신해버린 기성 철새정치인들과 비교하면 이들의 선택은 ‘살신성인(殺身成仁)’ 에 가깝다. 이런 결단이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장수를 누리며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다른 정당의 일부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좀 더 큰 규모의 정치권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퇴로 생긴 자리를 어떤 인물이 채울 지도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영입대상으로 꼽고 있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이 스타집합소로 변할 것 같은 우려가 앞선다. 정치권이 새 인물을 끌어들이는데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회는 인기인보다 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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