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영암관광지킴이 회장 영암문인협회 초대회장 전) 민주평통 영암군협의회장
영암에서 군서면사무소로 가려면 큰도로 3거리 갈림길에서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 벚꽃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호동마을’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다. 월출산 노적봉 자락에 자리잡은 이 마을의 이름은 마을 뒷산의 형세가 앞발에 힘을 주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생겼다고 한다. 이곳 호동마을의 깊숙한 곳에는 영암군이 2001년도에 ‘아름다운 집’으로 선정한 붉은색 기와집이 있다. 월출산으로 가는 산책로에 자리잡은 이 집의 대문에는 ‘월인산방(月印山房)’이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길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읽어볼 수 있도록 ‘고요한 달빛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 구태여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라고 시작하는 해안선사의 ‘멋진 사람’이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남을 위한 배려가 있는 이 집에 붙여진 ‘고영호·박미숙’이라는 명패가 눈부시다.
한편, 이 아름다운 집과 마주하고 있는 길 건너편에는 밖을 살필 수 있도록 큰 유리창이 나있는 검정색 기와집(호동길 55-8)이 오래된 동백나무와 조화를 이루며 단정하게 지어져 있다. 이 현판을 보니 ‘무주원(無主院)’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현판의 이름이 너무 궁금하여 집주인인 고영호 씨에게 그 뜻을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현판처럼 그냥 이 집은 주인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곳을 지나가다가 심신이 피곤하면 누구나 자기 집처럼 쉬어갈 수 있도록 지어놓은 것입니다. 이곳은 제 집이 아니기 때문에 제게 말할 필요도 없고 머무는 사람이 없으면 누구나 들어와 머물다가면 됩니다. 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살펴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이곳에 화장실이 필요해서 얼마 전에 제가 직접 지어놓았습니다. 실내 평수가 11평이니까 15명 정도는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가끔 손님의 자격으로 이곳을 이용합니다.”
광주가 고향인 고영호 씨는 8년전, 여운재를 넘어가다가 월출산과 접하고 영암의 기운에 이끌려 남은 생애를 여기에서 보내고자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한창 때, 홈쇼핑과 아파트 건설로 제법 많은 돈을 만졌으나 결국 안개와 같아지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의 길을 나선 고영호 씨.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건설경기가 절정을 치닫고 있을 때, 그는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5천원짜리 한 장 손에 쥐고 순천가는 야간열차를 타고 가다가 명봉이라는 작은 역에 내려 그 마을의 빈집에 틀어박혀 3년간 불도 때지 않고 겨울을 났다고 한다. 오직 비워버린 자신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참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난 후 그것을 이웃과 나누며 실천하기 위해 살고 있는 그는 우주와 나와의 소통,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경계를 초월한 공생의 장(場)을 영암에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작은 시작이 자신의 집 앞에 내놓은 ‘무주원(無主院)’이다.
이제 ‘지구도 하나, 인류도 하나’를 표방하는 글로벌 시대가 열렸다. 이웃을 나의 몸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지구촌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끊임없이 부딪치고, 엉키고, 긴장하고 부자연해지는 불행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수가 없다.
영암의 뿌리정신은 ‘평화(平和)’이다. 자신과 다른 남을 수용할 때 평화가 이루어진다. 영암군립미술관 로비의 2층 벽에 새로 설치된 동강 하정웅 선생의 작품 ‘정령(精靈)’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영암의 미래가 펼쳐져 있다. 월출산(세상)의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나는 비둘기는 감동을 넘어서 전율이 인다. 월출산의 중심에 나타난 ‘큰바위얼굴’도 평화를 이끌어갈 글로벌 리더의 탄생을 알려주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게 될 영암을 더욱 사랑하자. 영암을 마음껏 가슴 속에 들이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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