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 미암면 신포리 김 공 섭씨

팔순잔치 대신 기동마을·미암면 노인회에 2백만원 기부

작은 농촌마을에서도 자신과 가족들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관내 한 80대 노인이 자신의 팔순잔치 비용을 마을과 노인회에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암면 신포리 기동마을에 살고 있는 김공섭(81·사진)씨.
김 씨는 올해 81세로 일반적으로 팔순잔치를 해야할 나이이다. 하지만 김 씨는 자녀들로부터 잔치 대신 그 비용을 돈으로 받아 기동마을과 미암면노인회에 각각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기부했다. 농촌마을의 80대 노인에게 200만원은 몇 달을 생활할 수 있는 돈으로 큰 액수이다. 김 씨는 거금을 선뜻 자신의 마을발전과 노인회 발전을 위해 기탁한 것이다. 이뿐아니라 김 씨와 자녀들은 기동마을 회관 신축 당시에도 300만원이라는 거금을 기부 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수백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기탁했다는 말을 들으면 형편이 넉넉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김 씨는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미암면 기동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김 씨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명의로 된 땅 1평도 없는 어려운 형편속에서 시작했다. 부인 송공심(80)씨와 남의 땅에서 열심히 품앗이를 하며 돈을 모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을 구입해왔다. 또 하루에 1만4천원 일당을 받아가며 목수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이렇게 수십년동안 노력한 덕분에 최근까지 100마지기가 넘는 농토를 가질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령으로 인해 대부분 농토를 임대 해주고 일부 논에서 자신들과 자녀들에게 나눠줄 정도만 벼농사를 짓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 고생을 했던 탓인지 부인 송 씨는 최근 파키슨병을 앓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덜덜 떨리는 병인데 3주에 1번씩 광주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또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수술도 2차례나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비와 약값만으로도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이처럼 넉넉하지 않는 형편속에서도 몇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마을발전을 위해 기부한 데는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가난때문이었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한푼의 재산도 없이 고생을 했던 탓에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여기에 최근 미암면노인회 조활현 회장이 팔순때 잔치를 하지 않고 그 비용으로 노인회 회원들에게 목포에서 점심식사를 대접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이에 김 씨도 자신의 개인적인 잔치보다는 마을주민들과 노인회를 위해 기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김 씨가 마을에 기부한 100만원의 비용에 마을에서 모아둔 돈을 보태 1박2일로 마을주민들이 함께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김 씨는 부인 송씨와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큰딸은 광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2명의 아들들은 서울시 공무원, 주택공사 등에서 근무하고 있고 막내딸은 광주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기동마을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며 4명의 남매를 성공적으로 키워내고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메세나 정신을 실천하여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