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4일(제112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최근 우리 영암의 가장 큰 이슈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명문학교 육성’으로 집약된다. 피폐일로에 있는 농촌의 인구 공동화가 가져다 준 유물이다. 사실 젊은이들이 없는 시골엔 아이들 울음소리가 멎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제법 규모가 컸던 초등학교마저 곳곳에 폐교로 방치되고 있는 게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 탓에 지역경제는 날로 위축되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마저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 그나마 지역에 적을 두고 사는 젊은 부모들까지 열악한 교육환경을 이유로 자녀들을 도시로 유학을 시키면서 농촌학교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농촌은 교육공동화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 영암 뿐만 아니라 모든 농촌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 때문에 민선 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각 지역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울러 명문학교 육성에 대해서도 각지자체마다 예전에 볼 수 없는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경제 살리기와 명문학교 육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고 해서 지역경제 살리기와 명문학교 육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명문학교 육성사업만 해도 그렇다. 영암군이 해마다 1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과연 인적자원이 빈약한 실정에서 성공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얼마되지 않은 인구 중에 그나마 우수한 자원들이 도시로 빠져나갈 때 성공의 가능성은 그만큼 반감 될 수 밖에 없다. 지역경제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영암군 산하 전 공무원이 거주지를 지역으로 옮기고 생필품도 관내에서 구입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음식점 등 일부 업종은 ‘반짝 특수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전 군민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군민 모두가 내 일처럼 생각하고, 실천할 때라야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작 본인들은 두 집 혹은 세 집 살림을 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명문학교를 육성하자고 외쳐본들 한낱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 우리 영암지역 주민들도 지역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아울러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겸허한 자세도 요구된다.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해오지 않았는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사고의 틀에서 안주하지는 않았는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적당히 묵인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등등 ···.

지역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랄 수 있는 이 같은 행태들은 이제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지역민들이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때 따로 행동하고, 말만 앞세우는 비신사적인 처세는 지역의 낙후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지역경제 살리기와 명문학교 육성은 어떤 특정인만이 할 일이 아니다. 영암 군민 전체가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숙제다. 굳이 사족을 하나 더 붙이자면 건전한 시민운동단체 하나 없는 영암은 얼마 전 요금을 기습 인상한 케이블 TV횡포에 공동대응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 영암의 자화상임을 자각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지역 경제 살리기와 명문학교 육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영암군민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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