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7일(제111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정부는 2001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지정하여 토속문화를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문화강국을 건설하고 관광산업을 21세기 경제발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는 또 관광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995년부터 관광상품성이 큰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여 지원, 육성해오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시책에 힘입어 각 자치단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 나름대로 고유한 문화를 바탕에 두고 축제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선 단체장의 ‘얼굴 알리기’ 용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없진 않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무형의 관광자원으로서 경제적 가치가 기업유치 못지않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민간합동으로 예술분야에 대한 많은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의 경제 활성화를 이룩한 경우다. 시애틀시는 10년 동안 시 중심부에 있는 문화시설에 민간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했고, 주민들에게 매일 밤 치안이 안정된 시내거리를 아트갤러리 등 문화시설을 이용하게 하여 연간 1억5천만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8천2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문화예술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지대한지 짐작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영암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시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명문학교 육성사업과 공무원 관내 거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기업유치 활동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여 인구감소는 삼호읍을 제외하고 가속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영암

분만 아니라 대부분 농촌지역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이제 영암군은 새로운 방식의 인구유입 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 시책을 추진해야 될 상황에 놓여 있다. 앞서 언급한 문화예술은 이런 점에서 매우 부합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 영암은 천혜의 문화유산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영암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지역발전의 여건이 매우 좋은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열린 산조축제도 우리 영암만이 가질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문화예술적 자원이다. 그런데 전국 규모로도 손색이 없는 행사가 주최측의 무성의로 예산만 낭비한 채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로 세 번째 맞는 축제였지만 행사때 마다 얼굴 내미는 인사들과 초청된 공연팀, 행사 관계자, 동원된 주민들로 자리가 채워졌을 분이다. 외지 관람객은 물론 축제를 즐기려고 나온 주민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른바 그들만의 잔치였던 셈이다. 외부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지역민들 마저 외면한 축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동네잔치에 예산을 쏟아 붓는 ‘낭비성 행사’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영암군은 지난해 11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어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문호공보과를 문화관광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축제업무를 담당할 계를 신설, 관광객 유치 등 관광지흥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 국악계의 거물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 행사 관계자 등 극히 일부인사들만 자리한 썰렁한 모습은 아무래도 볼썽 사납다. 지역민들의 무관심 탓도 있지만 그 이전에 주최측의 자기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원대한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관계자둘의 부단한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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