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0일(제110호)

▲ 문배근(본사대표이사 발행인)

명문학교 육성을 위한 영암군의 특별 지원금이 허술하게 운영되는 등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학교통폐합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별지원금이 오히려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던 터라 여러 가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올해부터 영암고와 영암여고에 매년 각 5억씩 지원키로 한 영암군의 특별지원금은 다름 아닌 주민들의 피땀어린 혈세다. 이 같은 귀중한 혈세는 앞으로 매년 10억씩 총 5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영암군은 그 동안 인재육성기금을 통한 이자수익으로 해마다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도 부족해 앞으로 50억원을 투입하게 된 배경은 지역을 살리자는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13~14%대에 머물러 있는 영암군의 현실로 볼 때 엄청난 투자다. 이는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인한 ‘脫 영암’을 막아보자는 지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학교통폐합 문제도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암읍의 4개 남녀 중·고교를 2개 중·고교로 통폐합해 지원금을 집중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 지원된 자금 일부가 해당 학교에서 투명하지 못하게 사용됨으로써 지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꼴이 돼 안타깝다.

학교의 예산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집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예산을 제멋대로 사용했다는 것은 그 동안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학교운영위원들의 책임 또한 크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교과목이 없는 교장과 교감에게도 자율학습 및 특별수업지도 수당으로 지원금을 지출했다는 것은 주민들의 혈세를 가지고 ‘돈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 영암고의 경우 4월부터 지급된 특별지원금이 상반기에 사용할 2억5천만원을 훨씬 초과한 2억6천4백만원을 지출했는가 하면 사립인 영암여고는 겨우 4천3백만원을 지출한데 그치는 등 공립과 사립간 예산집행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항간에는 기숙사 건립계획을 갖고 있는 영암여고가 학력제고에 사용해야 할 특별지원금을 기숙사 신축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아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기숙사 신축을 위해 학교재단에서 일정부분 자금을 대야 국고지원이 가능한데 재단측이 이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암군의 특별지원금이 근본취지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기숙사 건립도 장기적이고 큰 의미에서 보면 이 범주에 속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학력제고가 일차적인 목표라면 시설비 투자는 일단 제외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예는 인근 해남군에서 찾지 않더라도 당연한 귀결이다. 해남고에 3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해남군은 시설투자에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부분의 자금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숙사 신축은 예산낭비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암고에도 시설이 잘 갖추어진 기숙사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단인지는 몰라도 영암여고가 굳이 기숙사 신축을 강행할 계획이라면 우선 눈먼(?)자금을 확보해 학교 재산이라도 늘릴 심산이 아닌지···. 더 나아가 학교통폐합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고측에선 앞으로 50억의 절반이 굴러 들어 올 경우 굳이 학교통합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암의 백년대계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차대한 사업이 혈세만 쏟아부은 채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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